재즈는 연주자에게 뛰어난 솔로 연주실력을 요구하는 동시에 자신과 그룹을 이루는 동료 연주자와의 완벽한 호흡을 요구하는 음악이다. 특히 동료와의 호흡은 단순히 자기 혼자서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어느 장르보다 재즈를 연주하는 그룹들은 이 완벽한 호흡을 위해서 멤버들의 이합집산이 심하다. 하지만 그만큼 정말 서로 주파수가 통하는 연주자들이 만났을 경우 매우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음악이 나오곤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혼자서는 평범한 연주 이상을 들려주지 않으면서 꼭 파트너를 만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생성하는 연주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주자들 중에 보컬리스트인 데이빗 링스와 피아노 연주자인 디에데렉 비셀 듀오도 포함될 수 있다.
이 두 사람은 개별적으로 매우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 우선 데이빗 링스는 유럽 특유의 시적인 감수성의 표현을 우선으로 하면서도 음정과 발음 등 기교적인 측면에서도 약한 면을 보이지 않는 보컬이다. 그리고 디에데릭 비셀은 왼손과 오른 손의 구별 없이 리드미컬한 멜로디, 멜로디컬한 리듬을 만들 줄 아는 연주자이다. 그런데 이 두 연주자들은 혼자가 아닌 둘일 때가 훨씬 더 빛을 발한다. 그래서 이들은 20여 년 동안 듀오로 활동을 해오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왔다. 이들만의 독특함은 이들이 일반적인 듀오와는 다른 차원의 듀오로서의 모습을 보인다는데 있다. 보통 피아노와 보컬이라 하면 보컬에 피아노가 반주로 따라가는 것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들은 그렇지 않다. 분명 보컬이 일차적으로는 제일 먼저 드러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체 음악의 구성과 리드의 측면에서는 보컬과 피아노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곡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번 앨범 <This Time>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별 연주자의 뛰어남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두 연주자가 호흡하는 그 과정 자체에 이 앨범을 듣는 재미의 전부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두 연주자는 마치 하나의 악기인 양 뛰어난 호흡으로 하나가 된 유니즌 플레이를 펼치다가 어느 순간에 곧장 대위적 관계로 전환하면서 곡을 입체적으로 생동감 있게 이끌어 나간다. 이것은 두 연주자가 확실한 상호 이해를 전제로 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있어 상호 이해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데이빗 링스의 보컬은 피아노만큼이나 리듬의 변화에 감각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으며 디에데릭 비셀은 보컬과 듀엣으로 노래를 하듯이 새로운 멜로디를 뽑아내거나 보컬의 틈새를 자유로이 오가며 보컬을 감싼다. 이러한 보컬과 피아노간의 특별한 호흡은 분명 다른 앨범들에서는 느끼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절묘한 긴장과 조화가 어우러진 음악을 찾는 애호가들에게 이 앨범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