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피아노 연주자 크리스티안 발룸뢰드는 ECM이 주목한 여러 피아노 연주자들 가운데서도 상당히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다른 연주자들과 달리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면모보다 곡을 만들고 이를 구성하며 밴드를 이끄는 보다 종합적인 기획자-맨프레드 아이허라는 뛰어난 제작자가 뒤에 자리하고 있지만-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더 집중한다는 것에서 확인이 된다. 게다가 그의 작곡, 편곡에는 재즈와 현대 음악이 보다 직접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동물원은 멀리 있다”는 생뚱한 타이틀을 한 이번 ECM에서의 네 번째 앨범도 마찬가지다. 이 앨범에서 그는 자신의 모든 음악 경험을 동원하여 하나의 세계를 표현하려 한 듯하다. 트럼펫, 바이올린, 첼로, 하프 등을 사용하여 현대 음악, 고음악, 재즈, 그리고 북유럽의 냉랭한 포크적 분위기를 24곡에 걸쳐 자유롭게 공존시키고 있는데 이들 개별 곡들은 독자성을 지녔으면서도 서로 관련을 맺으며 거대한 하나의 곡을 이룬다. 그래서 앨범 전체에 흐르는 회색 빛 시정과 긴장의 세계가 단조로운 느낌을 주면서도 모노크롬과도 같은 미묘한 내적 변화가 앨범을 동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The Zoo Is Far – Christian Wallumrød Ensemble (ECM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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