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트럼펫 연주자 엔리코 라바의 이번 앨범은 2003년 모처럼 ECM으로 돌아와 녹음했던 앨범 <Easy Living>을 다시 한번 연장시킨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것은 스테파노 볼라니 대신 안드레아 포자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을 제외하고 <Easy Living>의 퀸텟 멤버들이 그대로 다시 모였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Easy Living>을 넘어 이전 엔리코 라바의 모든 사운드를 다시 현재의 입장, 그러니까 침묵을 잘 활용한 어두운, 그러나 감각적인 멜로디와 사운드 전체에 흐르는 긴장이 어우러진 사운드로 새로 정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듀크 엘링턴의 시대를 새로운 긴장으로 재현한“Echoes Of Duke”나 쳇 베이커의 환영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톤을 결합하여 연주한 스탠더드 곡 “The Wind”, 돈 체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Art Deco”, 그리고 <Plot>(ECM 1975)에서 처음 연주했던 “Dr. Ra & Mr. Va”등이 연주된 것이 좋은 예이다. 한편 이런 곡들을 연주함에 있어 엔리코 라바는 퀸텟이라는 밴드 연주에 더욱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쟌루카 페트렐라의 트롬본이 엔리코 라바와 대등한 공간을 차지하고 새로운 피아노 연주자 안드레아 포자가 과거 스테파노 볼라니 이상의 개성을 자유로이 표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The Words and the Days – Enrico Rava (ECM 2007)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