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메스니 그룹(이하 PMG)의 이번 앨범은 논서치 레이블로 이적한 뒤의 첫 앨범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이것은 단순한 이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논서치 레이블 역시 워너 산하의 레이블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논서치는 장르와 상관없이 창조적인 동시에 미국적인 색채가 강한 앨범들을 제작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레이블의 분위기를 PMG역시 직 간접적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한 시간이 넘는 분량을 오로지 4곡으로 채웠다는 점은 바로 이것의 직접적인 예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PMG의 이번 신보는 발매되기 전부터 다른 어느 앨범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편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앨범에서도 메스니는 그룹 멤버의 변화를 통해 사운드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즉, 멤버들에게서 음악적 영감을 받고 또 그 멤버들을 위한 곡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가운데 지난 앨범에서 리차드 보나에 가려 그다지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못했던 쿠옹 부의 존재가 이번 앨범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 앨범에서 쿠옹 부의 존재는 단순히 트럼펫 연주자, 보컬리스트 이상이다. 그룹 사운드의 색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만약 이번 앨범이 분위기에 있어 이전 앨범들에 비해 보다 무거워진 느낌을 준다면 그것은 분명 색다른 음향의 풍경을 추구했던 쿠옹 부의 음악적 성향을 메스니가 수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앨범의 전반부를 비롯하여 간간히 등장하는 멜로디도 리듬도 아닌 독특한 소리들의 울림들은 쿠옹 부의 솔로 활동들을 생각나게 만든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 팻 메스니가 보여주었던 여러 음악적 스펙트럼의 종합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적합할 듯싶다. 이러한 종합적 태도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이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이번 앨범이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만큼 메스니로서는 한번쯤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문제는 메스니와 PMG의 특별한 면, 그러니까 이곳이 아닌 저곳을 향하게 만드는 그 특별한 매력에 빠져 있던 감상자들의 반응이다. 아마도 많은 감상자들은 단 4곡만 들어 있다는 사실에서, 각 수록곡들이 아주 긴 연주시간을 보여준다고 해서 혹시 이번 앨범이 아주 듣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우려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 팻 메스니 개인의 음악적 스펙트럼 가운데는 아주 난해한 자유 즉흥 연주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역시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전 앨범들에 비해서 보다 더 깊은 집중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막연한 불안을 가라 앉히고 음악을 차근차근 음악을 들어보면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실제 68분여 동안 펼쳐지는 긴 여행의 풍경은 마치 데자 뷔를 경험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비록 곡의 길이는 길지만 실제 각 곡에는 우리가 PMG와 함께 보았던 다양한 이미지들이 동시에 드러나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등장하여 다채로운 여정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이번 앨범이 생경하게 느껴진다면 오히려 PMG만의 음악적 이미지들이 백화점 식으로 너무나도 풍성하게 진열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곡으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하게 구분이 가능하기에 4곡이라는 숫자가 주는 부담은 그다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이미지들이 끊기지 않고 서로 이어지면서 등장하기에 PMG 특유의 여정의 이미지는 더 강화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만약 이 부분들이 각기 떨어져 독립된 곡으로 수록되었다면 그 때는 정말 갑작스런 자기 반복 이상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PMG로서는 과거의 근을 놓지 않으며 앞으로 진일보하는 최적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앨범은 낯설고 새로운 무엇이 아니라 갱신된 PMG의 음악을 담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이해라 생각한다.
이 앨범을 다 감상하고 나서 나는 이번 앨범이 음악적으로 뛰어나지만 대중적으로는 다소 아쉬웠던<Imaginary Day>(1997 Warner)앨범과 유사한 운명을 겪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팻 메스니와 그의 동료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것아 아닐지 모른다. 어쨌건 새로운 곳을 향해 비상(Way Up)하는 팻 메스니의 여정은 아직도 내일에의 기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