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엔리코 라바와 피아노 연주자 스테파노 볼라니의 관계는 이탈리아 재즈에서 단순한 선후배 관계를 넘는다. 일종의 사제 관계라 할까? 실제 10대의 어린 나이로 클래식을 공부하던 스테파노 볼라니가 클래식 외의 음악에 눈을 뜨게 된 것도 엔리코 라바의 공연을 본 이후이고 또 엔리코 라바 역시 스테파노 볼라니에게 정신적 지주가 되어 아낌 없는 후원을 해주었다. 라벨 블레, ECM 레이블에서 볼라니아 안정적으로 앨범 활동을 하게 된 것도 물론 그가 뛰어난 연주자이기 때문이었겠지만 동시에 엔리코 라바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연주자는 이미 <Rava Plays Rava>(Philology 2000)와 <Montreal Diary B>(Label Bleu 2003) 등의 듀오 앨범을 녹음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앨범은 세 번째 듀오 앨범에 해당하는데 사실 지난 두 앨범이 막 인지도를 키워가고 있던 볼라니를 후원하려는 라바가 볼라니의 솔로 공간에 대한 배려가 강하게 드러났었다면 이번 앨범은 반대로 라바의 존재감이 이전보다 더 강하게 드러난다는 것이 흥미롭다. 유례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발산하는 엔리코 라바의 트럼펫 연주 뒤에서 볼라니의 피아노는 조용히 선배의 트럼펫을 감쌀 뿐이다. 그런데 이것은 역설적으로 이제 두 연주자가 동등한 입장에 있다는 것, 그래서 의도적으로 역할 배분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볼라니의 피아노 연주는 단순한 트럼펫의 반주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의 피아노는 트럼펫의 열정을 식히고, 거친 질감을 부드럽게 순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내적으로 트럼펫과 대비 관계를 적절히 설정하여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대비 관계로 인해 앨범은 달콤하면서도 쓰며 낭만적이면서도 우울하다.
한편 두 연주자가 만들어 낸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ECM 레이블에서 발매된 엔리코 라바의 앨범들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그러나 듀오 연주인 만큼 이끌고 감싸는 식의 조화를 바탕으로 여백과 침묵을 통해 만들어낸 진회색 빛의 농담(濃淡)은 훨씬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Wild Dance’ 글 보다가 링크타고 여기로 왔는데,
아…온몸에서 전율이…
연주듣고 울컥한게..스스로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 앨범 좋아하시는 분들 많죠.ㅎ 음악을 듣다가 울컥하는 것은 물론 음악이 좋아서이겠지만 그만큼 감성이 있기 때문이겠죠? ㅎ
나이 들수록 문득 문득 감성이 메마를까봐 두려운 적이 있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성이 마른다기보다 감추어지는 거죠. ㅎ
자주 느끼는 거지만,^^ 표현이 참 섬세하신 것 같아요..
그냥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면 하나씩..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