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M 레이블에서 발매된 앨범들을 듣다 보면 음악들이 상당히 시각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사실 레이블의 제작자 맨프레드 아이허는 시각 예술에도 큰 관심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ECM의 미적 감각이 뛰어난 앨범 표지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그가 장 뤽 고다르, 테오 앙겔로풀로스 등의 감독이 만든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을 발매했다는 사실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이제 그런 앨범에 여기 한 장을 더 추가시켜야 한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안드레이 즈바진체프 감독의 영화 <귀환>의 사운드 트랙을 담고 있는 이 앨범의 음악은 재즈라 할 수는 없는 음악이다. 영화 음악을 만든 안드레이 데르가체프가 장르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 이미지에 음악이 잘 접착되는데 더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실제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음악을 앨범 내지에 담긴 모노톤한 우울의 이미지와 대조하며 감상해 보면 복잡하지 않은 음악이 잘 어울림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순수 오케스트라가 아닌 키보드 등의 악기로 만든 현대적 분위기의 음악이라는 점은 신기하게 다가온다. 한편 안드레이 데르가체프는 이 앨범을 단순 영화 사운드트랙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새로운 차원에서 영화를 재구성하려 했다는 생각이다. 직접 그가 이 앨범을 편집했다고 하는데 간략한 대사와 음악이 교차 되면서 새로운 시각적 서사를 이끌어 낸다. 따라서 영화와 상관없는 감상자의 상상에 의거한 감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The Return – Andrey Dergatchev (ECM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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