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타악기 연주자들은 멜로디에 대해 강한 욕망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멜로디를 표현하기 곤란한 타악기의 한계 때문이다. 그러나 스틸 팬(Steel Pan)만큼은 예외다. 카리브 해의 트리니다드 섬에서 유래한 악기는 타악기적인 맛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음가를 발성할 수 있는 악기다. 앤디 나렐은 바로 이 스틸 팬을 가지고 솔로 연주를 다양하게 펼치는 연주자다. 이 앨범만 해도 이미 그의 13번째이자 Heads Up 레이블에서의 5번째에 해당한다.
라틴 재즈나 화려한 리듬 섹션이 돋보이는 앨범에서 희미하게 사용되었던, 그래서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못한 악기가 주인공이기에 이 앨범은 음악 이전에 그 사운드에 먼저 놀라게 된다. 앤디 나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음역대의 스틸 팬들로 구성된 Calypsociation 오케스트라가 리듬과 멜로디를 합주해 나가는데 그 소리가 너무나 밝고 깨끗하다. 게다가 마이클 브레커나 파키토 드 리베라 같은 게스트 혼악기 연주자와 상관없이 오로지 스틸 팬만으로 생동감과 이완이 교차하는 입체적인 음악이 만들어 진다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다. 한편 음악적 분위기는 악기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여 모두 카리브해의 따스한 훈풍의 기운을 강하게 환기시켜 감상하는 내내 유쾌한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연주자체에 집중하게 만들면서도 이국적인 휴식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만드는 음악이다. 단순한 철판의 울림이 다른 울림과 관계를 맺으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낼 줄 누가 알았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