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가드너는 미국인이지만 오래 전부터 프랑스에 정착하여 활동하고 있는 피아노 연주자이다. 그런데 그는 연주보다 훌륭한 재즈 피아노 교사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그의 책 <재즈 피아노>는 필자도 매우 인상 깊게 보았던 책으로 현재 프랑스 재즈 피아노 교본의 베스트 셀러 중 하나로 꼽힌다. 한편 교사라는 이미지는 그의 음악 활동에는 그다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지 않다. 교사라는 직업이 주는 엄격함의 이미지가 자유로운 연주를 추구하는 재즈와 상반되기 때문일까? 그러나 이 앨범을 들어보면 그것이 단지 선입견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
소설가 폴 오스터의 작품들을 음악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이 앨범은 연주에 있어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지만 어디까지나 감성에서 출발한 연주들로 채워져 있다. 실제 앨범의 각 곡들은 소설의 내용보다는 제프 가드너의 독서에 대한 느낌이 우선한다. 이러한 감성 중심의 표현은 소설을 주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서사적인 면보다는 정지된 이미지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이를 위해서는 내지에 짧게 기록된 제프 가드너의 노트를 참조하자. 아무튼 재미있는 화두로 감상 욕구를 불러일으키면서 또 그에 걸맞은 멋진 연주가 담겨있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