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내지에 있는 유럽 지도 그림을 살펴보면 지난 2003년 칼라 블레이와 다른 세 멤버 (앤디 쉐퍼드, 스티브 스왈로우, 빌리 드러몬드)는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들은 터키의 이스탄불, 러시아의 바르샤바,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 이태리의 로마, 프랑스의 페르피냥 등 유럽의 동서 남북을 기차와 비행기, 그리고 차로 이동을 하며 수 차례 공연을 펼쳤다. 바로 그 2003년 유럽에 대한 기록이 <The Lost Chords>다.
그런데 퀄텟 녹음은 칼라 블레이에게 있어 아마도 처음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나 이전에 스티브 스왈로우 앤디 쉐퍼드와 트리오로 녹음을 했었기에 빌리 드러몬드의 드럼이 가세한 이번 퀄텟의 연주를 아주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불론 그만큼 리듬의 측면에서 강조된 느낌을 받지만 이들의 연주의 중심이 그렇다고 새로운 리듬의 창조에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앨범에서 연주되고 있는 곡들이 이번에 새로이 작곡된 곡들이기는 하지만 칼라 블레이 특유의 나른한 긴장은 여전히 밴드의 음악을 지배하고 있다. 그만큼 지극히 평범한 칼라 블레이식 전형의 반복으로 이 앨범을 바라보아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그녀의 앨범들이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새로운 음악적 시도와 음악적 담론으로 채워졌었음을 생각한다면 이번 앨범의 소박한 개인주의적 성향은 상대적으로 신선한 것이다. 실제로 칼라 블레이도 이번 앨범을 대해 2003년 칼라 블레이와 그 일당들의 흔적을 기록하는 것 이상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은 모양이다. 그것은 앨범 내지에 실린 일기 형 여행 기록과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기록에는 무엇을 연주할까 생각하기 이전에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곳까지의 여정은 어떠할까? 에 대한 관심만이 드러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앨범의 매력은 커다란 새로움이 아닌 담담한 연주 그 자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