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ECM을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일까? <Life In Leipzig>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케틸 뵤른스타드가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다. 지난 앨범이 지난 곡들을 연주한 공연 실황 앨범이었으니 이번 스튜디오 앨범이야 말로 진정한 ECM으로의 돌아옴을 알리는 앨범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재즈와는 전혀 상관 없다. 클래식 앨범이라 해도 무방하다. 사실 평소 케틸 뵤른스타드의 앨범들이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 사이에 위치했기에 이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아무튼 자신과 비올라 연주자 라스 안데르 톰테르가 제공하는 배경에 메조 소프라노 란디 스테네가 노래하는 것으로 구성된 앨범을 통해 케틸 뵤른스타드는 사랑을 이야기 한다. 실제 수록된 15곡은‘Four Nordic Songs’와 ‘The Light’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Four Nordic Songs’ 는 오랜 기간에 걸쳐 케틸 뵤른스타드가 직접 가사까지 쓴 사랑노래-그 중에는 아내를 위한 노래이고‘The Light’의 경우 15세기의 시인인 존 돈이 남긴 사랑을 주제로한 철학적 시를 가사로 삼고 있다. 그런데 그 모든 사랑의 노래들에는 케틸 뵤른스타드 특유의 회한과 동경이 배어 있다. 그렇기에 색다른 시도가 낯설기는 하지만 감상은 그리 부담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The Light – Ketil Bjørnstad (E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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