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Bley, Jimmy Giuffre, Steve Swallow 트리오는 60년대 초반에 이미 만나서 지미 지프레의 리더하에 활동을 했었다. 그 결과로 Verve사에서 Thesis, Fusion(이 두 앨범은 1961이라는 타이틀로 ECM에서 발매되었다.)을, Clumbia사에서 Free Fall을 발매했었다. 당시 발매된 이들의 앨범들에는 당대의 지평을 넘어서는 미래지향적인 연주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후 트리오는 활동을 멈추었다. 그것은 이 트리오가 고정성을 띄지 않았고 또 이후 각 멤버들의 개인적 활동이 더 활발해 진 탓에 기인하지만 그 음악적 내용으로 볼 때 트리오가 유지되지 않음은 매우 아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30여년만에 다시 스튜디오에 모여 녹음을 했다. 그 때가 1989년 12월 6일 토요일이었다.
이제 이들은 어떤 특별한 새로움을 찾지는 않는다. 여전히 자유로운 즉흥을 추구하면서도 보다 더 단순한 표현을 시도한다. 그런 결과로 이들의 음악은 매우 부드럽고 몽환적이다. 그리고 추상적이면서도 때로는 구체적 낭만성을 띄기도 한다. 이것은 멜로디에 대한 집착에서 기인한다. 너무나 많은 음들이 사용되지 않은 멜로디를 토대로 즉흥 연주를 펼쳐 나가는데 그 전개 역시 과도한 장식과 상승을 꿈꾸는 과격함은 버리고 단순한 내면의 세계로 침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블레이의 피아노는 저음역대에 머물면서 어둡고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지프레의 클라리넷과 혼 연주는 비브라토가 극도로 자제된 면을 보여준다. 스왈로우의 베이스 기타 역시 리듬보다는 하모니의 섬세한 운영에 더 치우치는 연주를 들려준다. 세 연주자 모두 내면적인 연주의 극치를 들려준다.
한편 이번 앨범은 이전 앨범과 달리 트리오가 다시 모인다는 것보다는 그동안 각자 많은 경험을 축적한 세 명의 스타일리스트가 만남을 갖는다는 성격이 더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제 트리오는 지프레 혼자가 아니라 세 명 모두가 등가적인 위치에서 리더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 앨범에 담긴 곡들도 각 멤버의 곡과 공동작곡으로 균등하게 분할되어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이 앨범이 트리오를 뛰어넘는 앨범으로 만드는 것은 필요에 따라 멤버들이 고립과 만남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 연주자가 함께 만나는 경우는 3곡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곡들은 솔로나 듀오로 진행될 뿐이다. 결국 트리오의 인터플레이보다는 각 멤버의 스타일이 보다 더 부각된다. 그러므로 이 앨범에서 트리오로서의 유기성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들의 음악은 그보다 어떻게 각 연주자의 음악적 아우라가 한 공간에 모여 충돌없이 공존을 해가며 자신들의 리리즘을 교환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것을 요구한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제작자 Jean-Jacques Puissau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아울러 다음날인 12월 7일 일요일의 녹음을 담은 The Life Of A Trio: Sunday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