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 베이커는 평생 마약과 함께 살았다. 영혼을 마약에 팔았다 싶을 정도로 그의 중독 상태, 그리고 마약을 얻기 위한 그의 비행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었다. 마약을 살 돈을 만들기 위해 녹음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그렇게 녹음된 앨범들은 기대 이하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는 인상적인 앨범 몇 장을 녹음했는데 그것이 바로 <Last Great Concert>앨범이다. 이 앨범은 그의 사후에 두 장으로 나뉘어 발매된 것으로 1988년 5월 13일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하기 2주 전, 그러니까 1988년 4월 28일 독일의 하노버에 위치한 펑크하우스에서 녹음된 것이다.
사실 당시 쳇 베이커는 삶만큼이나 인기나 음악 면에서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관객이 몇 안 되는 클럽에서 공연하기 일쑤였다. 그런 와중에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NDR 빅밴드, 하노버 라디오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게 된 것은 말년에 찾아 온 최고의 행운이었다. 다소 감상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사그라지던 쳇 베이커에게 하늘이 내린 마지막 기회였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앨범은 쳇 베이커 최고의 앨범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쳇 베이커의 흐느적거리는 듯한 가냘픈 보컬을 더 선호했던 감상자들에게 이 앨범은 쳇 베이커의 트럼펫이 지닌 매력을 새삼 일깨웠다. 거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위에서 그가 들려 준 부드럽고 달콤한 트럼펫 연주는 그의 음악에 깃든 낭만과 우수의 정서가 연습과 상관없는 천부적인 기질이었음을, 그리고 다른 것 필요 없이 그것만으로도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특히 스트링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낸 바람이 물결치는 듯한 공간감은 쳇 베이커의 트럼펫이 지닌 마력을 강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 밖에 이런 낭만적 상황 속에서도 그는 충분한 기교를 지닌 트럼펫 연주자 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한편 이 앨범은 “Last Great Concert”라 불리기 전, 두 장의 앨범으로 나뉘어 발매되었을 당시 “My Favorite Songs”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실제 앨범 수록 곡들은 “My Funny Valentine”을 비롯하여 “I Fall In Love Too Easily”처럼 쳇 베이커가 평생에 걸쳐 자주 노래하고 연주했던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각 수록 곡들이 편곡 차원을 넘어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그가 다른 연주자였다면 평생 유사한 레퍼토리를 유사한 연주로 우려먹었다는 비난을 받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그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을 받았다.
언급했다시피 이 앨범을 녹음하고 2주 후 쳇 베이커는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이런 비극적 상황과 상관 없이 이 앨범은 쳇 베이커의 명작 가운데 한 장이다. 설령 그가 이후 장수를 했더라도 그 평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my funny valentine 듣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하네요..흠…
흠…쳇 베이커의 삶 때문인가요. 아니면 현실 때문인가요?
^^.. 현실은.. 다시 고백을 했지만 퇴짜를 맞아서 그게 겹쳐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감정이 오버랩되는 그 이상의 뭔가 있는 거 같아요.
쳇 베이커의 삶이 인간 보편적인 ‘어떤’ 감성을 건드리는 것 같거든요.
아무튼… 울컥하지만 뭔가 힐링이 되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러셨군요. 안타깝네요. 왜 그리 어려운 것인지…쳇 베이커의 삶은 제겐 부러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그냥 그렇게 근본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과 그것이 추락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망설이게 하네요.
그렇지요?..저만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요..^^
추락이란 몸과 마음이 정말 만신창이가 되는 거..이지 싶습니다.
창의적 재능을 준다고 해도.. 휴..가장 먼저 두려움이 앞서네요.
절제를 벗어나 나의 욕망에 모든 걸 맡길경우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 나이가 주는 경험치로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 때문에.. 두려움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다음 주부터 ‘해야 할 일들’이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다시 현실에 적응하겠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현실이 있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쳇 배이커가 호텔에서 추락사한 것은 그래서 그다운 죽음이 아닐지. 욕망에 모든 것을 맡길 때는 이후의 추락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할 듯. 아니면 흉내일지도 모르겠네요. ㅎ
새로운 할 일둘 잘 하시길. 사랑도 이루시고 ㅎ
자신의 욕망의 결과를 책임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이게 내 욕망의 결과인지 아니면 알수 없는 운명에 내가 이끌려 가는 건지..
그 경계를 알 수 없으니까요.
위로와 격려.. 고맙습니다~!^^
욕망이라는 것이 사실 대단한 것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죠. 음악을 듣는 것에도 욕망이 적용되는데요. 저는 이 새로운 음악욕을 제어할 수가 없네요. 운명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욕망이 만들어 낸…하나가 아닌 여러 욕망, 예를 들면 음악적 호기심, 과시욕, 자기애 기타 등등이 만나 운명을 만들어 냈다는….ㅎ
아..! 맞습니다.
저 또한 돌이켜보면 내 삶…내 운명이 특정 하나의 요인으로만 환원되진 않는 것 같아요.
참…낯선 청춘님의 그 ‘새로운 음악에 대한 욕구와 호기심, 과시욕, 자기애’가 발현되는 공간이 재즈 스페이스라면, 욕망이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드러난 곳이란 생각이 드네요.^^
여러개의 우연이 만나서 운명이 될 수 있고 운명이 겹치면 우연이 될 수 있죠. ㅎ 재즈스페이스말고도 제 욕망은 많아서 ㅎㅎ
하하…그 만큼 ‘살아있음’의 증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즈음 바닥을 좀 헤매고 있었는데, 낯선 청춘님 댓글을 쭉 보니 정신이 좀 드네요!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이 공간이 어떤 자극이 될 수 있다니 다행이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