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비 행콕은 빌 에반스 이후 시대를 대표하며 후세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즈 피아노 연주자로 인정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많은 앨범들은 그가 그 이상의 능력이 있음을 말한다. 그러니까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혹은 일렉트로를 오가며 너무나도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했으며 또 좋은 결과를 만들어 온 것이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는 매 앨범마다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1998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버브사에서 발표한 이번 새 앨범도 마찬가지다. 이 앨범에서 그는 가사를 생각한 연주, 그러니까 가사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는 분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창출하는 연주에 도전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풍부한 의미를 지닌 가사로 유명한 조니 미첼의 곡을 선택했다. 그가 조니 미첼을 선택한 것은 평소 드물게 보컬과 작업을 하는 그였지만 조니 미첼과는 두 차례 세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사이였고 또 그의 앨범 제작자인 래리 클라인이 조니 미첼의 전남편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조니 미첼의 음악을 주제로 삼은 허비 행콕은 노라 존스, 티나 터너, 코린 배일리 래, 레너드 코헨, 그리고 앨범의 대상인 조니 미첼 본인 등을 불러 한 곡씩 노래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들의 노래를 감싸는 연주를 했다. 그런데 그의 반주는 조니 미첼의 분위기를 잘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해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실제 그는 웨인 쇼터(색소폰), 데이브 홀랜드(베이스), 비니 콜라이우타(드럼), 그리고 리오넬 루에케(기타) 등의 연주자들과 녹음 전에 가사의 의미를 함께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렇기에 가사가 없는 연주 곡에서도 조니 미첼의 느낌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Solitude”나 “Nefertiti”처럼 조니 미첼과 상관없는 곡마저 조니 미첼식으로 연주한 것은 그가 얼마나 조니 미첼의 시정(詩情)을 연구했는지 생각하게 한다. 한편 앨범에서 이지적이며 차분한 연주를 펼치는 허비 행콕의 모습은 매우 낯설게 다가오는데 그렇기에 이번 앨범은 허비 행콕의 음반 이력에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을까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