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프란제티는 재즈는 물론 무용 음악, 라틴 음악, 클래식 등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그 역량을 인정 받은 피아노 연주자다. 그래도 그 가운데 주로 드러나는 면들은 클래식적인 음악을 기본으로 한 활동들이다. 이런 그가 이번 앨범에서는 키스 자렛, 팻 메스니, 빌 에반스 등의 곡을 현악 사중주단과 연주를 한다. 그 의도는 앨범 내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현악 파트는 클래식처럼 다른 파트는 재즈처럼 가서 일종의 낯선 대비효과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앨범에 담긴 음악을 들어보면 클래식적인 힘이 재즈적인 기운을 정복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왜냐하면 로렌스 펠드만의 색소폰 솔로 연주가 있고 카를로스 프란제티의 투명한 피아노 솔로가 있다고 하지만 전체 사운드의 질감은 부드러운 바람처럼 다가오는 현악 앙상블의 우아한 실내악적 공간감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재즈의 클래식화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그런데 이러한 숨은 의도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앨범에 연주된 곡들이 다른 기준 없이 오로지 프란제티만의 선호도를 따라 선곡된 곡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괜히 키스 자렛, 팻 메스니, 마일스 데이비스 등 이름에 현혹당하지 말라. 분명 이들의 곡이 선곡되었지만 그 곡들은 결코 베스트가 아닐 뿐더러 원곡의 흔적보다는 그 곡에 투영된 프란제티의 실내악적인 정서가 더 잘 느껴지니 말이다. 게다가 체스키사가 공들여 세밀하게 녹음한 사운드도 재즈보다는 클래식에 더 어울리는 것이다.
The Jazz Kamerata – Carlos Franzetti (Chesky 2005)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