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느 페이루가 재즈계에 주목 받는 신인으로 평가 받게 된 것은 물론 그녀의 비범한 음악성 때문이겠지만 그와 함께 빌리 할리데이의 환생이라 평가 받을 정도로 유사한 그녀의 목소리와 창법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그녀의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노래에서 빌리 할리데이가 만약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는 가정을 종종 하게 되곤 한다. 그만큼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서 도플갱어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음악들은 상당 수가 낡은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흐르는 모노 사운드를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복고적 향취가 물씬 풍기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빌리 할리데이와 복고라는 그림자는 마들렌느 페이루가 장기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진행시키는 데는 일종의 제약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나는 이전에 그녀의 지난 앨범 <Careless Love>(Rounder 2004)를 리뷰하며 이제는 빌리 할리데이의 환영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언급했었다. 사실 이 점은 마들렌느 페이루도 인식하고 있는 부분으로 지난 앨범에서도 미약하나마 빌리 할리데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선보이는 세 번째 앨범 <The Half Perfect World>는 복고적인 색채, 빌리 할리데이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와중에 한결 더 자신만의 모습으로 평가 받고픈 마들렌느 페이루의 의지가 드러난다.
그것은 일단 기본적으로 그녀의 노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빌리 할리데이의 그림자는 피할 수 없는 것인 만큼 그대로 이번 앨범에서도 반복된다. 게다가 샘 야핼의 오르간이 전체 사운드의 질감을 결정하고 있는 만큼 복고적이다 라는 인상 또한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빌리 할리데이를 연상하기 어렵다. 모두 마들렌느 페이루만의 것이다. 특히 이 번 앨범에는 그녀의 자작곡 외에 다른 곡들이 대거 수록되어 있는데 전통적인 스탠더드 곡은 “Summer Wind”, “Smile”뿐이고 나머지는 레너드 코헨(“Blue Alert”, “Half The Perfect World”), 톰 웨이츠(“The Heart Of The Saturday Night”), 조니 미첼 (“River”) 등 포크 음악 계열 작곡가들의 곡이 수록되었다. 게다가 “River”같은 곡은 컨트리, 포크, 팝을 넘나드는 K.D 랭이 듀엣으로 함께 노래하고 최근 재즈의 주요 트렌드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포크적인 재즈의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 게다가 프랑스 샹송의 대표적인 작곡가 가운데 하나인 세르쥬 갱스부르의 “La Javanaise”를 프랑스어로 노래했는데 이것은 마들렌느 페이루가 유년 시절의 상당 부분 동안 살았던 프랑스에 대한 추억을 통해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만의 무엇을 앨범에 담아내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다. 따라서 이번 앨범부터 빌리 할리데이의 기억을 떠 올리기 전에 마들렌느 페이루의 순수한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