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ying Club Cup – Beirut (4AD 2007)

b베이루트는 뉴 멕시코 출신의 잭 콘돈의 프로젝트성 밴드의 이름이다. 그리고 이 밴드는 확고한 자신만의 음악적 공간을 지녔다. 그 공간은 언제나 이국적인 정취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공간이 밴드 이름처럼 이집트의 베이루트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베이루트의 이번 두 번째 앨범의 경우 그 지향하는 공간은 유럽의 어느 한 지점이다. 아니 지점이라기 보다는 지역에 더 가깝다. 하지만 지도상에는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잭 콘돈의 상상이 만들어낸 세계에만 존재하는 지역이다. 그 지역은 프랑스의 샹송과 발칸 반도의 유랑자적 집시음악, 그리고 영미 팝과 포크 음악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잭 콘돈의 음악은 토속적 혹은 민속적 느낌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지구상의 구체적인 한 지역을 지향하는 월드 뮤직과는 거리가 있다. 민속적 분위기가 강한 가상의 영상 음악이라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이제 막 빛이 바래기 시작한 흑백 사진처럼 그의 음악은 가벼운 우울과 과거에 대한 향수, 그리고 막연한 동경의 정서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곡의 길이를 짧게 가져가면서 감정적 과잉으로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스냅 사진과 같다고나 할까?

이렇게 미국 출신의 잭 콘돈이 유럽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만의 매혹적인 음악 공간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찍이 미국의 정규 교육 체계에서 이탈한 뒤 유럽의 곳곳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그 여행의 느낌을 만돌린, 우크렐레, 트럼펫, 유포니움, 피아노, 타악기 등을 직접 연주하며 음악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장르적 구분을 벗어나는 그의 음악은 특정 곡이나 멜로디 자체에 머무르기 보다는 전체를 바라보는 감상, 그의 세계를 은밀히 들여다 보고자 하는 감상을 할 필요가 있다. 실제 그의 음악 공간 안에 내재된 분위기에 더 주목을 하며 앨범을 감상하다 보면 38분여의 짧은 시간 동안 여행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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