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그루신은 피아노 연주자로서뿐만 아니라 <황금 연못>, <투시>, <구니스>, <졸업> 등 이루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로서도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그 가운데 제프 브리지스와 보 브리지스 형제, 그리고 미셀 파이퍼가 주연한 영화 <The Fabulous Baker Boys>의 음악은 다른 어느 때보다 재즈적인 색채를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의 내용이 2류 클럽을 돌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베이커 형제가 한 여성 재즈 보컬을 두고 갈등하고 화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데이브 그루신은 리 릿나워, 어니 와츠 등 GRP 레이블의 스타 연주자와 머서 엘링턴이 이끄는 빅 밴드 등 다양한 성향의 연주자들을 참여시켰다.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사운드트랙은 1989년 당시 GRP 레이블이 지향하는 도시적인 재즈의 전형을 담아낸 것이었다. 어니 와츠의 색소폰이 전통적인 감각 속에 도시의 고독을 표현하는 듯한‘Jack’s Theme’, ‘Suzie & Jack’그리고 리 릿나워의 기타가 전면에 나선 ‘Welcome To The Road’같은 곡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에서 재즈 보컬 수지로 열연한 미셀 파이퍼가 배역을 살리기 위해 직접 노래를 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녀의 노래는 어딘가 부족한 듯한 느낌을 주지만 그럼에도 싫어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특히 영화에서 붉은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 위에서 놰쇄적인 몸짓으로 노래한 ‘Makin’ Whoopee’는 블론디 보컬의 감각적인 면을 잘 살려낸 것이었다. 이 외에 ‘My Funny Valentine’등의 곡이 미셀 파이퍼의 노래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