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한국 재즈 연주자들의 앨범이 발매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전문 레이블 아래서 체계적으로 기획되고 세심한 제작 공정을 거치는 대신 오로지 열정만으로 자비를 들여 단기간에 제작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래도 꾸준히 한국 연주자들의 새로운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재즈 애호가들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피아노 연주자 배장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하고 돌아와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와중에 그녀의 두 미국인 지우들과 단 하루만에 앨범을 녹음했다고 한다. 하지만 앨범의 완성도를 보면 짧은 제작 기간은 단지 욕심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세 연주자의 탄탄한 호흡과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다. 특히 “Wayfaring Stranger”와 우리의 “엄마야 누나야”를 정서적으로 교묘하게 이어나가는 곡과 파가니니의 유명한 테마를 멜로디를 최대한 강조하며 연주하면서도 리듬 섹션의 자유를 재치있게 드러낸 “The Theme Of Paganini”같은 곡은 음악적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적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곡들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앨범의 사운드는 다소 불만이다. 조금 더 공간적인 맛을 살려냈다면 배장은의 음악에 내재된 다면적인 특성이 쉽게 다가올 수 있었을 텐데 정작 앨범에 담긴 사운드의 질감은 다소 깊이가 부족하다.
The End & Everything After – 배장은 (Kang & Music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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