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발매되었던 <Radiance>앨범과 역시 같은 일본 공연을 영상으로 담아낸 DVD <Tokyo Solo>는 한 동안 들을 수 없었던 키스 자렛의 즉흥 솔로 연주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반가움 외에 키스 자렛의 솔로 콘서트 진행 방식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 새로운 방식이란 한 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연주하는 것이 아닌 잠깐의 휴지기를 키스 자렛이 원하는 때에 두면서 연주를 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연주 중에 생각의 진행이 멈추는 순간 다소 정지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듯한 반복 패시지를 두었던 솔로 콘서트의 한계를 극복하고 아예 어느 순간에서건 마음대로 연주를 멈출 수 있는 자유를 가져보자는 자렛의 의지가 반영된 방식이다. 이를 통해 키스 자렛은 형식적 신선함 외에 오랜 투병 이후 체력적으로 무리가 가는 솔로 콘서트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유를 획득했다. 그래서 지난 도쿄 콘서트의 내용은 감상자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2005년 가을 미국의 카네기 홀에서 가진 솔로 콘서트를 기록한 이번 앨범도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녹음되었다. 그리고 지난 앨범이 “Radiance”라는 거대 표제를 두고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앨범은 아무런 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절된 10개의 연주들은 이전 보다 더 강력한 상호 연결성을 지닌다. 이전 <Radiance>의 연주들이 각 곡들이 나름대로 완결적 형식을 지니고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마치 연주의 중간에 갑작스레 연주가 끝나는 듯 불완전한 형태를 띠면서 곧바로 다음 연주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래서 오히려 분절되었다는 사실이 새로운 감상의 긴장을 유발하고 또 전체 흐름에 집중을 하게 만든다.
한편 연주의 내용을 보면 언제나 그렇듯 다양한 음악적 양식들이 혼재 되어 등장한다. 그러나 이제 그 복잡한 듯한 솔로 연주들도 어느새 정형성을 획득한 것일까? 다양한 양식들을 느끼기 전에 이 여러 양식의 결합은 그 자체가 키스 자렛의 양식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무한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상승과 하강을 거듭하는 자렛의 연주는 신선함만큼 익숙함이 연주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실제 복잡하고 수다스러운 음표들의 향연보다는 왼손과 오른손이 보다 더 조화롭고 충분한 호흡을 두는 연주들의 비중이 더 많기에 다른 어느 솔로 콘서트 앨범보다 감상에 큰 에너지를 요구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한편 이번 앨범은 공연 현장이 다른 어느 앨범보다 충실히 수록되어 있다. 4곡의 앙코르 곡과 그 앙코르를 요구하는 관객들의 함성, 이에 대한 키스 자렛의 답변 등이 등장하며 공연의 느낌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런데 네 곡의 앙코르 곡 가운데 유명한 “My Song”이 연주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아마 한국의 감상자들에게는 본 연주보다 이 한 곡의 앙코르 곡에 더 많은 관심을 둘 지 모르겠는데 이 곡을 키스 자렛은 소품의 형식으로 매우 간결하고 소박하게 연주했다.
앞으로 키스 자렛의 솔로 콘서트 행보는 보다 더 빈번해 질 듯하다. 또 다시 일본에서의 솔로 공연이 잡혀 있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