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의 이번 두 번째 앨범은 지난 첫 앨범 <Love Letter>과는 확연히 달라진 그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단지 포즈를 바꾼 것이 아니라 화장과 옷차림 모두를 바꾸었다고나 할까? 첫 앨범에서 힘을 빼고 다소곳이 사랑의 편지를 노래하던 것과 달리 보다 걸쭉해진 목소리로 뇌쇄적으로 블루스를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첫 앨범은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앨범이었기에 그 자체로 반가운 앨범이기는 했으나 평소의 웅산의 모습 가운데 절반만을 담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 담기지 못했던 절반이란 다름아닌 그녀의 블루스. 예쁜 외모와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거칠고 힘이 있기에 블루스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실제 그녀의 공연을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녀가 들려주는 육감먹인 블루스 성향의 곡들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따라서 첫 앨범이 좋아도 공연만큼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을 그녀도 인식을 했던 듯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과감하게 블루스를 노래한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색소폰 대신 거칠게 감상자를 압도하는 기타의 디스토션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반주를 배경으로 노래하는 웅산의 모습은 드디어 자기 자리를 찾은 것처럼 매우 안정적이다. 컬컬하고 힘있는 노래들에서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면 바로 웅산이 다른 어느 때보다 편하게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자신에 맞는 노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정서의 극단을 오가는 노래들 속에서 더 강조된다. 이른 새벽 먼 길을 떠나야만 하는 쓸쓸한 상황을 안개처럼 표현한 “Call Me”, 아련한 회한이 느껴지는 “취하다..” 등과 강렬한 자기 주장형 노래인 “W-O-M-A-N”은 상이한정서가 느껴지는 노래지만 웅산은 자연스럽게 이들 노래들을 자신의 아우라로 한 곳으로 모아낸다. 그 과정에서 지나친 과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이번 앨범의 대부분의 곡을 우리 말로 노래했다. 저절로 한국적 블루스, 나아가 과거 우리 가요의 영역에서 이해되었던 신촌 블루스, 한영애의 음악을 연상하게 되는데 나는 이것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보다 대중들에게 폭넓게 다가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웅산의 블루스가 이번뿐인지, 그래서 다시 재즈를 노래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그녀가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가 지닌 매력을 우리에게 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