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st Of Play Bach – Jacques Trio (Telarc 2004)

jl원곡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경쾌한 재즈 리듬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유려한 트리오 연주로 40년 이상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자끄 루시에 트리오의 <The Best Of Play Bach>앨범이 발매되었다. 이번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은 선곡에 있어서나 연주에 있어서나 바하의 베스트이자 자끄 루시에 트리오의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지금까지 발매되었던 여러 베스트 앨범들 중 최고의 위치에 설만한 것이다.

1934년 프랑스의 호반 도시 앙제에서 태어난 자끄 루시에는 16세의 어린 나이에 프랑스 파리의 국립 음악원에 입학하여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들의 영향을 직접 받은 이브 나로부터 프랑스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이처럼 탄탄한 클래식적 소양이 기본이 되어 있었기에 음악원 졸업 후 클래식이 아닌 대중음악 반주자의 길을 걸으며 클래식이 바탕이 된 새로운 시도를 기획할 수 있었다.

그는 1959년 베이스 연주자 피에르 미슐로와 드럼 연주자 크리스티앙 갸로와 함께 트리오를 구성한 뒤, 자신의 클래식적인 배경을 적극 활용하여 바하의 음악을 재즈적으로 해석한 연주를 선보였다. 바하의 작곡을 기반으로 신선하고 리드미컬한 즉흥 연주를 펼쳐나가는 트리오의 연주는 당시로서는 무척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의 트리오 연주에 대해 대중들은 열렬하게 환호했다. 그래서 트리오의 공연은 끊임없이 계속되었고 이에 따라 앨범들이 속속 녹음되어 발매되었다. 그리고 그 앨범의 성공은 지금으로서도 대단한 것이어서 트리오의 초기 앨범들은 지금까지 수백만 장 이상이 판매되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자끄 루시에는 트리오 연주를 뛰어넘어 오케스트라 같은 다양한 편성으로 연주하는 등 바하의 음악을 소재로 재즈와 클래식이 어우러진 다양한 편곡을 시도해 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트리오는 20여 년간의 활동 끝에 해체되고 말았는데 그것은 각 멤버들의 개인적인 활동과 신선함을 잃어가는 연주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자끄 루시에는 화려한 연주활동을 접고 프랑스의 시골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그곳에 거주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은둔 생활은 바하의 탄생 300주년이 되던 해인 1985년에 막을 내리고 자끄 루시에는 새롭게 트리오를 구성하여 그동안 준비했었던 여러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실현해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들은 고국인 프랑스는 물론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1996년부터 그는 텔락 레이블을 통해 지속적으로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텔락에서의 그의 활동은 기존의 바하의 재즈적 연주 활동은 물론 비발디(The Four Seasons), 에릭 사티 (Satie: Gymnopedie & Gnossiennes), 드뷔시(Paly Debussy), 헨델 (Handel: Water Music & Royal Fireworks), 베토벤(Beethoven: Allegretto From Symphony No.7) 등 여러 클래식 작곡가들의 음악을 자끄 루시에만의 독창적이고 신선한 방법으로 새롭게 연주하는 식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활동에도 여전히 자끄 루시에 트리오를 규정 짓은 것은 바하의 음악이다. 그러므로 자끄 루시에의 70세 생일과 그의 트리오의 첫 번째 라이브 45주년, 트리오의 재결성 20주년 등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베스트 앨범이 <The Best Of Play Bach>라는 타이틀처럼 바하의 음악으로만 구성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번 베스트 앨범은 최근에 새로운 오디오 포맷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SACD로 제작되어 자끄 루시에 트리오의 변하지 않는 신선함을 보다 더 좋은 음질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베스트 앨범에 담긴 음원들은 1993년과 1994년 사이에 녹음된 것들로 녹음 당시 노년기에 접어든 자끄 루시에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의 초기 연주들이 싱그러움과 발랄함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 베스트 앨범 속의 자끄 루시에는 안정적인 맛과 부드러움이 더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연주이건 간에 변하지 않는 바하에 대한 그의 애정과 독창적인 해석은 그대로 잘 살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앨범은 자끄 루시에의 진정한 후반기 베스트로 인정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댓글

원곡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경쾌한 재즈 리듬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유려한 트리오 연주로 40년 이상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자끄 루시에 트리오의 <The Best Of Play Bach>앨범이 발매되었다. 이번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은 선곡에 있어서나 연주에 있어서나 바하의 베스트이자 자끄 루시에 트리오의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The Best Of Play Bach – Jacques Trio (Telarc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