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바니 미라바시의 새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아마 많은 감상자들은 이번에는 그가 또 어떤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줄까 기대를 할 것이다. 나 역시 그가 약간의 어두움과 약간의 낭만을 적당비율로 조제해 만들어 낸 멜로디를 매우 사랑한다. 그러나 앨범의 측면으로 볼 때 그의 음악은 요즈음 자기 반복적인 측면이 강했다. 이것은 자신의 피아노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 새로이 선보인 앨범은 기존 미라바시의 내적인 낭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들려준다는 데서 반갑다.
먼저 이 앨범은 미라바시의 오랜만의 정식 트리오 앨범이다. 사실 지난 2005년도 앨범 <Prima O Poi>을 트리오 앨범으로 기억하는 감상자가 있을 지 모르는데 이 앨범은 트럼펫 연주자 플라비오 볼트로가 함께 했던 퀄텟 연주가 섞여 있었다. 따라서 이 앨범은 지난 2002년에 발표했던 <Dal Vivo>이후 7년만의 트리오 앨범이 된다. 한편 새로이 트리오 앨범을 녹음하면서 그는 트리오 멤버 모두를 교체했다. 지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함께 했던 베이스 연주자 쟌루카 렌지와 미국 출신의 드럼 연주자 레온 파커를 새로 기용했다. 그러면서 다른 두 악기가 이전보다 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앨범 단위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한편 이 앨범은 제작자 필립 기엘메티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