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앨범을 제작하면서도 비너스 레이블은 세계의 유망주들의 앨범을 제작하는데 뛰어난 수완을 지닌 듯 하다. 오스트리아의 여성 보컬 시모네가 그랬고 이탈리아의 10대 색소폰 연주자 프란체스코 카피소가 그랬다. 그리고 이번에는 20대 초반의 어린 피아노 연주자 댄 님머를 소개한다. 어떻게 연주자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앨범을 발매할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비너스의 이러한 과감성이 부럽기만 하다. 그리고 음악을 들어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음악만큼은 모두 뛰어나다.
이 미국의 밀워키 출신으로 윈튼 마샬리스가 이끄는 링컨 센터 재즈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정도로 어린 나이에 비해 전통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는 이 피아노 연주자는 곳곳에서 오스카 피터슨의 영향을 드러낸다. 정말 다소 수다스럽게 많은 음들을 유쾌하게 연결해 나가는 그의 피아노 연주는 분명 오스카 피터슨이 보여주었던 경쾌함의 세계, 유쾌함의 세계에 머무는 것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어법에 충실한 그의 작곡은 레드 갈란드의 느낌이 강하게 묻어난다. 하지만 댄 님머의 연주에서 과거 대가들의 모습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효과적으로 사용된 장식 음들, 블루스의 충실한 반영, 동그란 피아노의 질감 등 완성된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앨범을 제작하기로 결정한 비너스의 결정은 결코 모험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