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독일에서 결성된 콰드로 누에보는 지금까지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음악들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로이 해석해 왔다. 그리고 그 해석들은 모두 현재의 시간을 안락하게 하고 과거에 대해 아련한 회상을 하게 만드는 지극히 정서 중심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을 듣게 되면 감상자들은 과거의 어느 한 시간을 상상하게 되거나 아니면 가보지 못한 낭만적 공간을 연상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은 월드 뮤직으로 정의되고 있지만 이들의 모국인 독일은 물론 세계 어느 곳의 음악으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그저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모든 음악들이 콰드로 누에보를 통해 하나가 되는 그런 공간의 음악일 뿐이다.
이번에 라이선스로 소개되는 콰드로 누에보의 6번째 앨범 <Tango Bitter Sweet>도 마찬가지다. 분명 앨범 타이틀로 보아 앨범의 모든 곡들은 탱고 곡이어야 할 텐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콰드로 누에보 멤버들의 자작곡과 함께 조 다생의 노래로 알려진 “L’ete Indien”, 달리다와 알랭 들롱의 듀오로 유명한 “Paroles Paroles”. 미셀 르그랑의 “The Windmill Of Your Mind”, 질베르 베코의 “Et Maintenant”등 프랑스 샹송의 고전들이 주로 수록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들 곡들이 온전하게 탱고 형식으로 바뀌어 연주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프랑스는 탱고 이전에 아코데온이 주축이 된 발스 뮤제트라는 독특한 음악을 지니고 있다. 이런 발스 뮤제트의 전통도 이번 콰드로 누에보의 연주에서 발견된다. 역시 프랑스, 아르헨티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콰드로 누에보만의 세계가 다시 한 번 표출된 셈이다.
한편 전곡이 탱고라는 스타일로 묶기 곤란하더라도 “Bitter Sweet”이라는 표현만큼은 이번 앨범의 정서에 가장 잘 부합되는 표현이다. 우리 말로 하면 달콤 쌉싸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오래된 곡들이 과거의 다소 쓰린 추억과 함께 달콤한 낭만을 동시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달콤 쌉사름함은 탱고 음악의 기본 정서이기도 하다. 아무튼 지나간 모든 것은 아름답다는 것이 어쩌면 콰드로 누에보의 음악적 근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은 말 그대로 달콤 쌉싸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가운데 바로 지금 음악을 듣고 있는 우리의 현재를 우아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치장한다.
한편 무조건 정서적 표현 자체에만 매달린다면 한 두 번의 감상 이후 감상이 질릴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콰드로 누에보는 각 곡에 설정한 정서에 맞추어 네 멤버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편곡을 사용했다. 그래서 분명 콰드로 누에보의 리더는 색소폰을 연주하는 물로 프란셀이지만 무조건 그의 솔로 중심으로 연주가 진행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로버트 울프의 기타, 안드레아스 힌터세허의 아코데온, D.D. 로브카의 베이스가 곡의 정서를 이끌기도 한다. 그래서 70분간 18곡의 연주를 듣는 것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나는 종종 음악을 가구 같은 음악과 그림 같은 음악이라는 두 종류로 자의적 구분을 하곤 한다. 이 구분의 기준은 음악이 요구하는 감상 자세에 있다. 즉, 그림 같은 음악은 화랑에 걸린 그림을 보듯 진지하게 스피커 앞에서 감상할 것을 요구하는 음악이고 가구 같은 음악은 소파에 몸을 묻듯 배경음악으로 편하게 두고 즐기기를 요구하는 음악을 말한다. 사실 글을 쓰는 나는 모든 음악을 그림 같은 음악으로 감상해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절로 가구처럼 감상할 수 밖에 없는 음악이 있다. 콰드로 누에보의 음악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