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 피어슨은 하드 밥 시대를 풍미한 피아노 연주자들 중에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의 피아노 연주는 이달에 함께 소개되는 도날드 버드의 <At The Half Note Café vol. 1 & 2>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듯이 탁월한 기교보다는 곡의 분위기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유지하며 다른 솔로 연주자를 감싸는데 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면들은 나아가 앨범 내지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블루 노트 제작자 알프레드 라이언과 연주자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뮤지컬 디렉터로서의 능력으로 발전되기도 했다. 한편 그의 분위기 조절자로서의 능력은 편곡이나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적인 그만의 작곡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그 중 도날드 버드를 위한 “Cristo Redentor”같은 곡도 유명했지만 그래도 그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곡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이번에 RVG 에디션으로 새롭게 소개되는 <Sweet Honey Bee>의 동명 타이틀 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앨범은 타이틀 곡” Sweet Honey Bee”만으로도 감상할 가치가 있다. 리 모건에 의해서 연주되기도 했었던 이 곡은 듣는 순간 바로 달콤함을 느끼게 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역시 감각적인 멜로디와 부드럽고 여유 있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앨범의 다른 곡들-특히 “Sudel”이나 “Big Bertha”는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속에서도 유난히 두드러진다. 제임스 스폴딩이 플루트로 연주하는 흥얼거리는 듯한 멜로디, 이에 대한 프레디 허바드, 조 헨더슨의 화답, 그리고 밝고 유쾌하게 곡을 이끌어 나가는 듀크 피어슨의 피아노 컴핑과 가벼운 피아노 솔로로 이루어진 이 곡은 하드 밥 시대에 만들어진 명곡 중 하나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한편 이 곡을 중심으로 한 이 앨범의 연주에 대해 경우에 따라서는 너무 가볍지 않은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매우 뛰어난 연주자간의 호흡과 통일된 표현력을 지니고 있는 연주들이기에 경중(輕重)의 여부를 논하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볍고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를 지닌 고전을 찾는 재즈 애호가들은 꼭 이 앨범을 감상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