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토마즈 스탄코에게 지난 앨범 <Soul Of Things>(ECM 2002)는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모양이다. 왜냐하면 이번 앨범 <Suspended Night>의 상당 부분이 이 앨범의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Simple Acoustic Trio(이하 SAT)의 참여와 첫 곡 “Song For Sarah” 이후 10개의 “Suspended Night”의 분위기 중심의 미니멀한 변주가 이어지는 구조는 분명 이전 앨범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앨범에 편재하는 토마즈 스탄코 특유의 회색 빛 모노크롬의 정서는 이 앨범을 저절로 지난 앨범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하지만 마치 앨범 단위의 변주를 시도하듯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과의 유사성 속에 변화를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전체 사운드에서 토마즈 스탄코가 자리잡고 있는 위치의 문제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Soul Of Things>는 토마즈 스탄코의 트럼펫 혼자가 전체 사운드를 결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갔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SAT가 독자적으로 발매했던 두 장의 앨범보다 훨씬 더 SAT의 진면모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토마즈 스탄코와 동등한 입장에서 연주를 펼치는 SAT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각각 관련을 맺고 있는 변주 곡들은 피아노 트리오와 트럼펫의 관계에 따라 그 존재감이 다르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러한 각 변주곡들간의 차이는 전체 사운드를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앨범의 시적, 정서적 화두인 정(靜)과 동(動)이 교차하는 정지된 밤의 이미지가 된다.
Suspended Night – Tomasz Stanko (ECM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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