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몬하이트는 언제나 재즈 보컬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 기대주로 평가 받곤 한다. 이런 평가를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분명 그녀는 성공적인 재즈 보컬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유망주, 기대주의 평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직도 20대 초반의 제인 몬하이트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까 1998년 20세의 어린 나이에 몽크 컴페티션에서 2위에 입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그 당시의 제인 몬하이트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그 때나 지금이나 제인 몬하이트의 아름다운 목소리나 외모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하지만 어느덧 그녀가 30대를 바라보는 시점에 서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 그 사이 그녀는 함께 활동해 온 드럼 연주자 릭 몬탈바노와 결혼까지 하면서 소녀의 이미지를 벗어버렸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제인 몬하이트를 어린 소녀로 기억하는 것은 결이 고운 바이올린의 선율 같은 그녀의 미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녀의 아름다운 미성은 스탠더드를 노래하는 일반 재즈 보컬과는 다소 다르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목소리인데도 기막히게 잘 소화한다는 식의 평이 그녀의 소녀 이미지와 연결되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 30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제인 몬하이트는 스스로 변화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모양이다. 그 결과가 이번 새 앨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 변화는 먼저 선곡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지했다시피 이전까지 그녀는 나이보다 원숙한 느낌을 주며 자신의 목소리에 재즈 보컬의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는지 스탠더드 곡만을 노래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과감히 스탠더드의 굴레를 벗고 보다 자유로이 곡들을 선곡했다. 그 결과 그녀의 유일한 보컬 선생이자 뉴욕 보이스의 멤버인 피터 엘드리지를 비롯하여 스티비 원더, 세르지오 멘데스, 질베르토 질,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등의 곡들을 선곡했다. 이런 선곡은 이전보다 훨씬 더 대중적이라 하겠는데 그녀의 목소리와의 어울림을 생각하면 이런 선곡이 더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실제 그녀는 이 곡들을 느린 템포의 발라드로 바꾸어 노래했는데 부드러운 미성을 최대한 살리는 그녀의 창법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정서만큼은 다른 어느 앨범에서보다 훨씬 더 편안하게 다가온다.
한편 그녀는 변화를 꾀한다고 자신의 장점, 매력까지 바꾸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특히 그녀는 오케스트라의 우아한 반주를 배경으로 노래할 때가 가장 아름다운데 이번 앨범은 그 오케스트라의 미풍 같은 반주를 최대한 활용했다. 그래서 선곡에 브라질 곡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자칫 라틴 재즈나 보사 노바 재즈로 사운드가 흘러갈 수 있는 위험을 해소했다. 그리고 파올리뇨 다 코스타(타악기) 데이브 카펜터(베이스), 투스 틸먼스(하모니카), 세르지오 멘데스(피아노) 등의 게스트 연주자들의 힘을 빌을 적재 적소에 배치하여 사운드의 질감 또한 향상시켰다. 특히 “Rio De Maio”에서는 이반 린스가 등장하여 앨범의 부드러움을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신선하고 은은한 변화는 이번 앨범의 제작을 담당한 호르헤 칼란드렐리의 힘이 컸다. 그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셀린 디온, 토니 베넷, 배리 매닐로우 등의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던 베테랑으로 이번 앨범에서는 직접 편곡까지 참여하면서 여전히 부드럽지만 신선한 제인 몬하이트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만약 앨범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환영이 느껴진다면 이는 바로 호르헤 클란드렐리 때문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