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 Le Fil – Elie Semoun (Sony BMG 2007)

es그동안 우리가 접했던 수많은 크리스마스 캐롤 앨범 때문일까? 우리는 보통 개그맨, 코미디언이 노래를 한다고 하면 그다지 큰 정성을 들이지 않은 사운드와 가벼운 가사로 이루어진 특정 계절용 음악을 제일 먼저 연상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개그맨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박명수도 끈기 있게 가수 활동을 하고 있지만 본인이나 감상자 모두 진지한 음악을 생각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것은 해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한다.

엘리 세문은 다양한 쇼 프로그램이나 코미디 프로에서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프랑스의 코미디언이다. 그런데 원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었는지 지난 2004년부터 가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음악은 전혀 웃기지 않다. 사실 비슷한 시기에 역시 코미디가 본업인 칼 제로가 복고적인 리듬에 희극적 요소를 가미한 앨범으로 관심을 끌었던 터라 많은 사람들은 엘리 세문의 음악에서 코미디를 기대했다. 하지만 첫 앨범 <Chansons>은 코미디언임을 잊게 만들 정도로 잘 확립된 그만의 진지한 개성을 드러내 세인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번에 그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되었다.

이렇게 두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는 것은 그의 음악 활동이 인기를 등에 업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이번 앨범은 첫 앨범 이상으로 진지하다. 그리고 그의 코미디가 유발하는 왁자지껄한 웃음보다는 살짝 입 꼬리를 위로 올리는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첫 앨범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었던 온화함과 부드러움의 정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다르게 설정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즉, 첫 앨범이 감미로운 보사노바 리듬을 중심에 두었다면 이번 앨범은 흔히 바리에테 프랑세즈(Variété Française)라 불리는 프렌치 팝에 충실한 면모를 보인다. 그래서 첫 앨범이 모든 장단점을 무화 시키고 흡수하는 보사노바 리듬을 빌어 분위기로 호응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면 이번 앨범은 엘리 세문의 보컬이 지닌 해석력, 그리고 편곡의 매력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나는 성공적이라 말하고 싶다. 특히 그가 쓴 가사들은 (한국의 감상자들에게는 직접적으로 다가가기 곤란하다는 한계를 지니지만) 모두 일상에서 느끼는 여유와 사랑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 가사를 그는 표지 이미지처럼 시종일관 부드럽게 노래한다. 그리고 이것은 영미 팝의 꽉 차고 단단한 사운드와 달리 온화하고 여백이 있는 사운드와 만나면서 안락과 휴식의 느낌을 제공한다. 그 가운데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그대만 보인다’는 “Aveugle Aimant 맹목적 사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화롭게 흘러가는 일요일 오후를 묘사한 “Dimanche 일요일”, 그리고 젊음과 날씬함을 갈망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이야기한 “Femme Actuelle 현대 여성”같은 곡이 인상적이다.

엘리 세문의 이번 앨범을 듣고 나는 지금 프랑스 인들은 그의 코미디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졌다. 혹시 그의 음악에 매료되어 그가 하는 웃긴 언행이나 동작에 낯설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만큼 이번 앨범은 코미디와 다르게 확립된 엘리 세문의 음악적 정체성을 실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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