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알렉산더는 아주 뛰어난 색소폰 연주자다. 크리스 크로스 레이블 시절 그의 연주를 들어본 사람은 아무도 이 발언에 쉽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실제 1991년 몽크 컴페티션 색소폰 부분의 2위를 차지한 인물이 바로 그였다. (1위는 조슈아 레드맨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는 동시대의 색소폰 연주자들보다 덜 주목 받고 있다. 거의 B급 연주자 식의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인데 이것은 아무래도 그의 음악적 성향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까지 그는 One For All같은 그룹이나 솔로, 세션 활동을 통해서 전통 지향적인 연주를 주로 들려주었다. 연주도 나이든 중견, 노장 연주자들과 더 많이 활동한 편이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요즈음의 감상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하지만 그는 전통의 계승자로서 자신의 활동에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 비너스 레이블에서의 새 앨범을 들어보면 이런 생각은 확신에 가까워 진다. 중견 피아노 연주자 존 힉스와 그의 동료 드럼 연주자 조 파른스워스가 참여한 이 앨범은 1950년대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긴 호흡으로 각 연주자들의 솔로를 적극 유도하고 그 솔로 라인 역시 당시에는 위험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익숙한 밥의 양식을 그대로 따르며 진행된다. 그런데 이런 연주가 그다지 지루하거나 뻔한 클리세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에릭 알렉산더만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 장점이란 바로 뛰어난 연주는 스타일과 시대와 상관없이 큰 만족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Sunday In New York – Eric Alexander (Venu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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