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뵤른 스벤슨 트리오는 과히 현대 재즈 피아노 트리오를 대표할 만하다. 이 트리오는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개념을 새로이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앨범들은 그래서 매번 새로운 음악적 아이디어로 가득한데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이 앨범에서 세 멤버들은 자신들이 평소 재즈만 청취하고 또 연주하며 생활하지 않음을 아주 과감히 그리고 자신있게 드러낸다. 그래서 이 앨범엔 전통적인 재즈 연주와 롹적인 분위기 그리고 일렉트로 뮤직의 방법론까지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하나가 되어 등장한다. 이러한 혼용은 각 장르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재즈에 대한 깊은 숙고를 거친 다음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혼용을 결코 어려운 방식으로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트리오가 지닌 가장 큰 미덕이다. 분명 작곡 단계에서는 철저하게 논리적 사고를 했겠지만 이를 연주할 때만큼은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결코 연주를 부풀리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모두 자신들의 느낌에 충실한 연주이기에 브래드 멜다우를 연상시키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찬 연주부터 다시 그 침잠된 내면에서 상승에 상승을 거듭해 몰아(沒我)의 경지에 이르는 격렬한 연주까지 장르와 감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연주는 감상자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 그래서 기존의 유러피안 재즈라는 범주로 묶어 두기 어려운 스타일리스트적 감각이 돋보이는 젊은 앨범으로 일청을 권한다.
Strange Place For Snow – E.S.T (ACT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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