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팻 메스니의 음악을 ECM 시절과 게펜 시절로 구분하곤 한다. 이것은 어느정도 일리 있는 구분이다. 왜냐하면 사실 ECM에서의 마지막 앨범이었던 <First Circle>(1984) 이후 팻 메스니가 추구할 수 있었던 음악은 이미 정점에 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팻 메스니는 맨프레드 아이허의 입김에서 벗어나 보다 자신이 중심에 선 음악을 하기 위해 명가 ECM을 떠나 게펜에서 새로이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이 게펜 레이블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워너 산하에 편입되어 사라졌다. 그래서 한동안 게펜 시절 팻 메스니의 앨범을 구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러나 팻 메스니의 소속이 워너 산하의 논서치로 바뀌게 되면서 이전 게펜 시절의 앨범들이 재발매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 가운데 <Still Life(Talking)>은 팻 메스니의 게펜 시절 앨범 가운데 가장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앨범에 속한다. 그리고 하나의 팻 메스니 스타일을 명확하게 제시한 앨범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 앨범 타이틀은 정물화처럼 고정된 풍경을 말하고 있지만 어디론가 늘 향하는 듯한 메스니의 음악적 기동성은 이 앨범에서 공고한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인가 싶으면 다른 곳을 새로이 꿈꾸게 하는 팻 메스니 특유의 여행감이야 말로 이 앨범의 음악적, 대중적 진수가 아닐까? 특히 폴 워티코의 심벌 워킹이 가을 들판을 달리는 기차를 연상시키는 “Last Train Home”은 팻 메스니의 운동감을 가장 사실적으로 드러낸 앨범의 백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