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재즈의 양상을 설명할 때 종종 필자는 다양성과 세분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그만큼 재즈의 종류가 많다는 것인데 그 속에는 변형되지 않은 과거 재즈의 스타일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영국의 색소폰 연주자 대니 모스의 앨범을 들으면 일종의 시대착오적인 앨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철저하게 변형되지 않은 고전적인 스윙감을 그대로 앨범에 표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대적 분위기와 어울린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복고취향의 앨범들은 대부분 ‘차라리 옛날에 녹음된 것을 듣지’라는 생각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그렇게 단순하게 치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대니 모스가 연주하는 음악들은 스윙과 밥이 혼재된 양식을 보여준다. 그래서 가볍고 흥겨우면서도 쉽게 질리지 않는 진지함이 있다. 이들은 단순하게 지나간 재즈의 황금 시대를 동경하는 차원에서 연주를 하지 않는다. 대니 모스와 그의 밴드의 이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는 못하지만 이들의 호흡으로 보아 상당한 시간동안 공을 들인 밴드라고 생각된다. 쉽게 볼 수 없는 자기 강한 자부심과 탄탄함이 연주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재즈가 단지 퓨전, 스무스 재즈만이 아님을 이 앨범은 호쾌한 연주로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 재즈라니!
Steampower – The Danny Moss Quartet plus Roy Williams (Nagel-Heyer 2002)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