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dust – Bill Charlap (Blue Note 2002)

bc  하루가 다르게 현대 재즈신은 재즈사를 바꿀 양 무서운 기세로 새로운 발언들이 등장한다. 남이 하지 않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기존 스타일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 것 또한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빌 찰랩이 바로 하자에 해당하는 그런 연주자이다. 빌 찰랩은 지금까지 스탠다드 곡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연주해왔다. 이번 Stardust는 그가 Blue Note 이적 후 두 번째 앨범으로 역시 스탠다드에 대한 그의 관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예 많은 스탠다드 곡을 남긴 호기 카마이클의 곡들로 앨범 전체를 채웠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연주도 연주지만 앨범 곳곳에 묻어나는 정겨운 분위기가 우선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토니 베넷, 짐 홀, 셜리 혼, 프랑크 웨스 등의 나이 지긋한 연주자들이 참여로 자칫 단조로워지기 쉬운 트리오 음악에 화려함을 부여하면서 그윽한 풍취를 가미하고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특히 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에 참여한 토니 베넷의 변치 않는 존재가 무척이나 정겹다. 그리고 Blue Orchids에 참여한 프랑크 웨스의 따뜻한 블로잉도 앨범을 푸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트리오만의 연주에 있어서도 정성을 들인 프레이징이 나오면서도 기본적으로 부드러움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이제 오랜시간이 지나 서로의 이해가 완벽한 피터 위싱턴과 케니 워싱턴의 조력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스탠다드를 연주하는 방식에는 브래드 멜다우같은 차세대 피아노 연주자들이 보여주는 자의식의 강조같은 것은 그렇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 보다는 곡 자체에 내재된 전형의 발견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래서 그의 연주들은 스탠다드 곡이라는 조건을 떠나서 한 시대를 뒤로 가는 듯한 복고적인 느낌이 있다. 이러한 자신의 나이보다 원숙한 분위기의 음악이 나오는 것은 연주에 있어서 섬세하고 내밀한 오른손의 멜로디적 감각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결코 왼손의 스윙감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에 기인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의 활동이 게리 멀리건, 베니 카터, 필 우즈 등 고참 연주자들과의 연주가 주를 이룬다는 사실로도 확인된다. 그렇다고 그의 음악에 대한 인상이 고리타분하다는 부정적인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미국적인 재즈 고유의 안정감, 여유, 편안함, 성인 취향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아주 뜸이 잘 들여진 하얀 쌀밥과도 같다. 새롭게 연주된 매인스트림 재즈의 친숙함, 편안함을 찾는 애호가들에게 이 앨범을 권한다.

댓글

  하루가 다르게 현대 재즈신은 재즈사를 바꿀 양 무서운 기세로 새로운 발언들이 등장한다. 남이 하지 않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기존 스타일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 것 또한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빌 찰랩이 바로 하자에 해당하는 그런 연주자이다....Stardust - Bill Charlap (Blue Note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