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프레주는 현재 연주와 신선한 사운드를 위한 창의적 상상력의 측면 모두에서 가장 절정에 올라 있는 연주자라 할 수 있다. 실제 그의 활동을 보면 과거 과감한 시도를 아무렇지 않게 해서 성공으로 이끌곤 했던 마일스 데이비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매번 참신하면서도 감상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앨범의 경우에는 “악마”라 명한 새로운 퀄텟을 이끌고 녹음을 했다.
그런데 이 악마 퀄텟은 그 이름부터 그가 1990년대 후반 기타 연주자 누이엔 레와 함께 결성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던 “천사” 퀄텟을 생각하게 만든다. 실제 이번 퀄텟도 기타 연주자 베보 페라를 기용하며 천사 퀄텟과 같은 악기 편성을 이루고 있기에 더욱 더 비교하게 만든다. 하지만 천사와 악마의 대립처럼 이번 새로운 퀄텟의 음악이 천사 퀄텟과 상반된 방향의 사운드를 들려주리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천사 퀄텟 시절의 사운드를 연장하고 나아가 확장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게다가 천사 퀄텟에서 누이엔 레의 기타가 지미 헨드릭스를 연상시키는 몽환적이고 우주적인 거침을 드러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악마 퀄텟에서의 베보 페라의 기타는 밝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더 강하다. 여기에 일렉트릭 기타 외에 어쿠스틱 기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보다 천사에 가까운 질감의 사운드를 들려준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밖에 발라드 성향의 연주가 많다는 것도 이 악마 퀄텟의 음악을 천사 퀄텟의 음악의 대척점에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그래도 굳이 악마 퀄텟의 이름에 맞는 부분을 찾으라 한다면 리듬의 요동과 그로 인한 사운드의 온도가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이 역시 악마보다는 인간적 매력으로 다가오지만 말이다.) 특히 공간 확장적 느낌이 강한 파올로 프레주의 트럼펫을 중심으로 네 연주자가 펼치는 호흡이야 말로 사운드를 뜨겁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 하겠다. 한편 이번 앨범에서도 파올로 프레주는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를 자유로이 뽑아 내고 있는데 어쩌면 그의 트럼펫에서 나오는 치명적 아름다움이야 말로 이 악마 퀄텟의 진정한 악마적 부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