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빌 에반스로 평가 받는 엔리코 피에라눈지. 그의 피아노 트리오 음악의 최 절정은 지금까지 마크 존슨, 조이 베이런과 함께 했던 트리오였다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제 찰리 헤이든, 폴 모시앙과 함께 한 이 새로운 트리오를 최고의 위치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이 트리오가 이 앨범 외에 또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이 앨범의 우수성은 올바른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 새로운 트리오 연주가 주는 이미지는 마크 존슨, 조이 베이런과 함께 한 트리오와 다소 다르다. 그 차이점은 이전 트리오가 상당한 역동성이 장점으로 드러났다면 이번 트리오에서 이 역동성은 은밀한 곳으로 숨어버리고 호수처럼 잔잔한, 약한 바람이 살짝 수면을 건드릴 정도의 차분함이 중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엔리코 피에라눈지의 피아노 자체의 변화가 아닌 찰리 헤이든의 베이스가 지닌 정중동의 부동성, 폴 모시앙의 심벌의 다양한 색채감 중심의 드럼 연주 때문이다. 여전히 엔리코 피에라눈지는 물기를 머금은 아름다운 그만의 언어로 순수한 서정시를 그려나가고 있을 뿐이다.
Special Encounter – Enrico Pieranunzi (Cam Jazz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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