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화려한 기교와 풍부한 감수성을 자랑하는 피아노 연주자 미셀 카밀로와 플라멩코 기타 연주자 토마티토의 듀오 연주는 음악적 접근 방식에 있어서 가장 모범적인 예를 제시한다. 즉, 각자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연주를 시작해 연주가 발전하면서 그 공간이 교차하고 그 속에서 엇갈림과 동행이 이루어지면서 복잡 다양한 음악적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앨범 <Spain>(Verve)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선보인 앨범 <Spain Again>은 절묘한 어울림과 대조를 통해 서정과 열정으로 가득한 이국적 공간을 제시한다. 실제 두 연주자는 정확한 유니즌과 대위적 진행, 그리고 자연스레 서로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 연주를 통하여 둘인 듯 하면서 하나이고 또 하나인 듯 하면서 둘인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이것은 지난 6년간 두 연주자가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두 연주자가 서로 만나 교차하는 과정을 듣는 재미가 아주 좋다. 한편 이번 앨범은 지난 첫 앨범에 비해 보다 공간적으로 확장된 느낌을 주는데 그것은 아마도 플라멩코 외에 ‘Libertango’를 위시한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그리고 비록 한 곡이지만 재즈 스탠더드 곡 ‘Stella By Starlight’이 연주되었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각 곡들을 풀어나가는 두 연주자는 플라멩코, 탱고, 그리고 재즈의 즉흥 연주에 클래식적인 어법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앨범에 비해 보다 더 우아하고 보다 더 정서적으로 풍부한 면모를 지녔다는 평가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