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녹음된 이 앨범은 이미 몇 차례 수입이나 라이센스 앨범의 형태로 소개된 친숙한 앨범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소개된 것은 사실 클로드 윌리암슨 트리오 자체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992년도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의 사운드 트랙에 해당한다는 음악 외적인 화제의 힘이 크다. 실제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소설 속에 직접 등장하는 곡들이다. 물론 소설 속에는 클로드 윌리암슨이 아니라 듀크 엘링턴, 냇 킹 콜, 스탄 겟츠 등의 연주와 노래들이었다. 하지만 클로드 윌리암슨 트리오의 모나지 않은 경쾌한 사운드는 하루키 소설의 분위기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앨범은 하루키의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 소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늘 하루키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깔끔한 음악이었다.”라는 기억만 있을 뿐 정작 클로드 윌리암슨의 음악을 그 자체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이 트리오의 과장되지 않은 안정된 연주들은 소설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넉넉한 감상이 가능한 것이다. 제작사도 이를 생각했을까? 이번 라이센스 앨범에서는 이 앨범 이후 1993년과 1995년에 녹음한 두 앨범에서 3곡을 발췌해 보너스 트랙으로 담고 있어 보다 더 객관적으로 클로드 윌리암슨 트리오의 연주를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물론 이미 이 앨범을 소장한 감상자들에게는 난감한 유혹이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