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알렌은 가장 전통에 충실한 블로잉을 구사하는 색소폰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실제 그는 20대 시절부터 스탄 겟츠와 벤 웹스터를 결합한 듯한 풍성하고 부드러운 블로잉을 무기로 여러 다양한 스탠더드 곡들을 연주해왔다. 이런 그가 팝의 명곡들 특히 R&B/소울 계열의 히트 곡을 재즈로 연주한다. 그간 해리 알렌의 음악을 들어온 감상자라면 이는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앨범에서 그는 언제나 전통을 존중해 온 만큼 원곡에 충실하겠다는 식으로 이런 저런 수사를 가하지 않고 정통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말하자면 다양한 스탠더드 곡들이 이제는 텍스트 성을 잃고 악보처럼 다양한 가능성에 열린 채로 존재하듯이 해리 알렌은 이들 팝 히트 곡들을 마치 오래 전부터 재즈로 연주되었던 듯 음악 외적 관심은 배제하라는 투로 연주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런 방향은 그가 연주한 샘 쿡, 스티비 원더, 로버타 플랙, 스타일리스틱스 등의 히트곡에 신선함을 불어 넣는 결과를 낳았다.
Soul Of My Life – Harry Allen (Swingbros 200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