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색소폰 연주자 밥 버그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을 때 색소폰 연주자 빌 에반스와 트럼펫 연주자 랜디 브레커는 그의 죽음에 대한 슬픔 외에 밥 버그와 계획했던 다음 해 여름 공연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고민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같은 고민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것으로 고민을 해결하였는데 앨범은 지난 2004년 여름 두 연주자가 프로젝트의 성격으로 함께 공연했던 실황을 담고 있다. 7월부터 9월까지 유럽의 17개 도시와 뉴욕으로 이어졌던 이 장기 순회 공연의 명칭은 소울 밥. 하드 밥 안에 이미 소울적 요소가 들어 있기에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데 앨범에 담긴 연주를 들어보면 왜 이들이 새삼 밥 속에 담긴 소울을 앞으로 끄집어 내어 다시 밥을 한정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실제 펑키 재즈의 질감과 포스트 밥의 어법을 지닌 사운드가 시종일관 감상자를 압도하는 앨범의 타이틀 곡 “Soul Bop”은 이러한 프로젝트 그룹의 사운드를 그대로 대변한다. 이 외에도 앨범을 장식하고 있는 두 연주자의 솔로와 이들과 함께한 하이람 블록, 데이브 키코스키, 빅터 베일리 등의 연주는 모두 스튜디오보다는 라이브에서 더 빛을 발하는 연주들이다. 세상을 떠난 밥 버그가 남긴 우연한 음악적 선물을 우리는 듣고 있다.
Soul Bop Band Live – Bill Evans & Randy Brecker (BHM 2004)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