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랑소와 제니 클락은 국내에서는 그렇게 많은 지명도를 지니고 있지 못하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베이스 연주자로 매우 넓은 스펙트럼의 활동을 보여주었다. 특히 요아킴 쿤, 다니엘 위마이르와 함께 했던 트리오는 키스 자렛 트리오에 버금갈만한 탄탄한 호흡으로 뛰어난 상상력의 음악을 들려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는 1998년에 세상을 떴다. 그와 함께 트리오도 해체되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많은 연주자들과 애호가들은 아직도 그를 추억한다. 그럼에도 그의 솔로 앨범이 이 앨범 이전까지 단 한 장에 지나지 않다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것이었다. 이것은 그가 주로 묵묵히 연주를 지탱하는 악기인 베이스를 연주했었기 때문인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에 뒤늦게 발매된 그의 솔로 앨범은 무척이나 반가운 것이다.
이 앨범은 1994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렸던 베이스 페스티벌에서의 실황을 담고 있다. 베이스를 위한 페스티벌이 있었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이 앨범에 담긴 제니 클락의 연주는 더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앨범이 38분 가량의 베이스 솔로 연주와 앙코르 곡 하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38분 동안 베이스를 연주하면서 제니 클락은 절대 활을 이용한 아르코 주법이나 베이스의 몸통을 두드리는 등의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베이스가 할 수 있는 색다른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재즈 베이스 특유의 피치카토 주법으로만 전체 연주할 뿐이다.
이 앨범에서 그가 보여주고 있는 연주는 키스 자렛의 일련의 솔로 콘서트 연주에 견줄만한 것이다. 막막한 시간과 어둠 같은 침묵 앞에서 그는 전 존재를 베이스 한대에 집중하여 순수한 즉흥 연주를 펼쳐나간다. 그가 펼치는 즉흥 연주는 미리 준비된 것이 아니지만 매우 정리가 잘 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그의 연주가 단편적인 순간의 감흥에 의거하여 시시각각 색다른 이미지들을 나열하기 보다 떠오른 음악 이미지들을 즉석에서 논리적으로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즉흥 연주에는 부분부분 작은 주제가 등장하고 이 주제들이 파노라마처럼 서로 연결되면서 제니 클락만의 이야기를 형성해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연주의 진행이 급격하게 변하거나 같은 자리를 맴돌아도 그것이 어렵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귀를 모아 집중 감상을 한다면 오히려 38분이라는 시간이 매우 빠르게 지났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