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잘로 루발카바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쿠바출신 연주자답게 화려한 리듬이 강조된 라틴 재즈 연주자로서의 모습과 그만의 탁월한 기교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특히 그가 피아노 앞에서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폭주기관차처럼 빠르게 쏟아내는 음들의 향연은 인간의 한계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속주에 묻혀 그가 지닌 서정적인 측면, 그리고 리듬을 안으로 숨기고 잠재되어 있는 그만의 내면을 드러내는 연주들은 부수적인 것처럼 취급되어 왔다. 사실 나는 그가 존 레넌 작곡의 “Imagine” 을 아주 차분하게 연주한 것을 그의 대표적인 연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지 빠른 속주 연주자라는 이미지에 어긋난 연주가 주는 충격적 대비효과 때문은 아니었다. 곤잘로 루발카바의 느린 연주는 분명 누구도 쉽게 흉내내기 어려운 침묵의 적절한 활용과 강력한 자기 표현이 적절히 어우러진 것이었다. 한편 그의 느린 연주는 그의 리더 앨범보다 세션 등에서 더 빛을 발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찰리 헤이든과 함께 녹음한 <Nocturne>, <Land Of The Sun>이다. 이들 앨범에서 루발카바는 자신의 피아노에 담긴 서정미를 그야말로 아름답게 들려주었다.
이번 앨범 <Solo>는 말 그대로 피아노 솔로 연주만을 담고 있는 앨범이다. 이 앨범을 통해 그는 자신이 화려한 리듬 감각 외에 침묵을 활용하는 느린 연주에서의 시적인 감각을 최대한 드러낸다. 그래서 앨범 수록 곡들을 보면 자장가(Lullaby) 환상, 밤, 꿈, 침묵 등의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이런 단어의 이미지에 맞추어 루발카바는 아주 느리게 연주한다. 그러면서 그 안에 신비로운 그만의 시정을 한껏 쏟아 붓는다. 몽상적이고 환상적인 피아노 연주라는 표현이 곤잘로 루발카바의 피아노를 위해 사용될 줄 과연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이것은 분명 그 안에 내재된 것의 표현이긴 하지만 그간 그의 앨범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미지의 변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성공적이다. 그다지 길지 않은 길이로 과도하게 음악을 부풀리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뒷맛이 쓸 정도로 달콤함에 집착하지 않는 루발카바의 느린 연주는 이전 그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다른 것이다.
한편 새로운 연주라고 해서 그가 이전 그를 이루고 있는 음악적 특성과 단절했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클래식적이라 표현해도 좋을 피아노 연주지만 쿠바 작곡가들의 곡을 다수 선택하여 쿠바 음악의 전통을 담아 내고 있을 뿐더러 긴장 가득한 코드들의 사용으로 첨예한 기교파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모습 또한 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