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윌리암슨의 이번 ECM에서의 두 번째 앨범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전 앨범 The Seed-At-Zero(ECM 2001)가 딜란 토마스의 시를 가사로 투르바로드 성향이 강하게 풍기는 영국(스코틀랜드)의 포크음악을 담고 있었기에 나름대로 국적이 뚜렸했던 것에 비해 이번 앨범에서는 블레이크, 휘트만 등의 시인의 시를 노래하면서 음악은 스웨덴의 알레 묄러, 미국의 맷 마네리를 참여시키는 등 단순히 영국적인 느낌에 머무르지 않을뿐더러 포크적인 성향을 넘는 음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도는 단순히 한 민족 음악들의 결합이 아니라 음악에 설정된 분위기를 중심으로 연주자들이 그에 맞는 분위기를 입히는 방식이었기에 어색하지 않다. 전위적이다 포크적이다를 따지기 이전에 절묘하다 싶을 정도로 연주가 보컬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감상의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앨범은 한국의 감상자에게는 절반의 감상 이상을 제공할 수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가사가 시인데다가 윌리암손 본인도 시의 문학성을 어떻게 음악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정작 영어의 이해가 부족한 한국 감상자들에게는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음악을 느낄 수는 있지만 작가와 소통하기에는 영어권 국가가 아닌 우리에게는 요원한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