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케인은 70년대의 키스 자렛 만큼이나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단순한 건반 연주자를 넘어 음악 기획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재즈 트리오부터 클래식을 다른 문화의 정서로 해석하거나 아예 백화점 식으로 나열하는 등 앨범마다 확연한 주제의식과 과감한 연주로 모든 앨범을 화제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그 가운데 최근 유럽에서 시작된 일렉트로 재즈에 대한 유리 케인식의 답변이라 할 수 있는 베드록은 유리 케인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폭이 넓은 것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원래 베드록은 지난 2002년 그의 솔로 일렉트로 앨범의 타이틀이었는데 그 앨범에서 함께 했었던 다른 두 멤버를 정식 멤버처럼 기용하여 이번에는 베드록을 그룹이름으로 사용하여 앨범을 녹음했다. 앨범의 사운드는 여전히 현란하고 역동적인 일렉트로 사운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보다 솔로의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연주자들을 게스트로 초빙했다. 하지만 이 앨범이 시선을 끄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렉트로 사운드 그 자체에 있다. 이번 앨범에서 유리 케인은 키치적인 특성을 드러내고 있는데 전자 오락실의 음악, 70년대의 만화나 쇼 프로의 음악으로 사용해도 좋을 법한 싸구려 풍의 사운드를 적절히 사용하여 이 현대적인 사운드가 정서적으로 70년대에 근거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치한 맛이 색다른 현대성을 띈다는 것이다. 저급의 영역에 묻혀 있던 무의미한 소리들을 새로운 의미의 차원으로 이끌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유리 케인의 의도였을까?
Shelf-Life – Bedrock (Winter & Winter 2005)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