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존슨 하면 제일 먼저 빌 에반스의 마지막 트리오의 베이스 연주자였다는 사실이 떠 오른다. 마지막 강렬한 빛을 발하던 피아노 연주자에게 막 피어나는 싱싱한 젊음을 제공했던 인물이 바로 마크 존슨이었다. 그 뒤 그는 이런 저런 빌 에반스적인 앨범에 세션 연주자로 참여했었다. 예를 들면 이태리의 빌 에반스라 불리는 엔리코 피에라눈지의 앨범 참여를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작 그의 리더 앨범들은 빌 에반스 보다는 다른 쪽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실제 그의 몇 안 되는 앨범들을 들어보면 다소 민속적인 영역을 탐구하거나 미국식 포크의 전통을 가미한 음악을 탐구하는 마크 존슨만이 발견될 뿐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다소 다르다. 그것은 앨범 타이틀 <Shades Of Jade>가 빌 에반스 트리오의 첫베이스 연주자로 비운으로 명을 달리했던 스콧 라파로의 영향을 의미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앨범을 그 동안 마크 존슨이 세션과 리더 활동을 통해 들려주었던 음악을 한 공간에 모았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렇다면 기존 마크 존슨의 포크적, 민속적 세계가 드러나는 음악에 새로이 세션 연주로만 들을 수 있었던 빌 에반스적인 세계-정확히 말한다면 빌 에반스 트리오 실절의 스콧 라파로의 세계가 가미되었다는 것인데 이것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피아노 연주자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참여를 주목해야 한다. 아마도 마크 존슨이 피아노를 정규 편성에 넣어 앨범을 녹음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사실 마크 존슨은 오랜 시간동안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트리오 멤버로 활동해 왔다- 아무튼 이 여성 피아노 연주자는 앨범의 수록곡들 가운데 절반 가량을 직접 작곡하고 또 맨프레드 아이허와 함께 제작에도 관여했다. 그러면서 균질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앨범을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누었다. 먼저 엘리안느 엘리아스가 작곡한 곡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내면적 트리오의 느낌, 그리고 마크 존슨이 작곡한 곡들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존 미국식 포크의 절묘한 변형의 느낌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전자에서는 트리오 편성을 중심으로 인상주의적인 색채감부터 나른한 서정주의까지 빌 에반스적인 정서로 가득 차 있는데 여기에서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한편 후자의 곡들 연주에서는 조 로바노, 존 스코필드의 연주가 더 빛을 발한다. 작곡 자체부터 이들 연주자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두 솔로 연주자들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이전 마크 존슨식 포크의 세계와 비교한다면 보다 부드러워졌고 섬세해졌다.
그렇다면 마크 존슨의 베이스는 어디에 있을까? 타이틀 곡에서 그 존재를 확연히 드러내기는 하지만 사실 이 앨범에서 마크 존슨은 존재감을 뒤로 숨긴다. 엘리안느 엘리아스나 조 로바노의 존재감이 더 크게 드러난다. 그래서 스콧 라 파로에 대한 기억의 발현을 만약 기대한다면 다소 의외일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른 어느 때보다 많은 감상자들이 마크 존슨의 음악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 기대했을 법한 음악을 들려주기에 만족도가 매우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