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갑작스레 나타나서 사람을 놀라게 한단 말인가? 르네 마리의 이번 앨범을 감상하며 들었던 생각이다. 1955년 생이니 그녀의 현재 나이는 우리의 기준으로 51세가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녀가 선보인 앨범은 정작 4장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모두 2000년 이후에 일년에 한번씩 발매한 것들이다. 그러니까 막스 재즈 레이블을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거의 보이지 않는 인물이었다 하겠는데 그러기엔 그녀의 노래들이 주는 충격이 너무 크다.
폭넓은 다이나믹으로 상승하는 뜨거운 열정과 끝을 알 수 없는 슬픔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그녀의 노래들은 수 십 년간 노래해온 보컬들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높은 경지의 것이다. 그녀의 보컬은 과거 흑인 보컬의 장점을 잘 수용하고 있으며 백인이 주도하는 현대 재즈 보컬의 감각적인 면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앨범에 수록된 곡들 대부분은 그녀가 직접 작사 작곡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역시 매우 훌륭하다. 그녀의 곡들은 모두 삶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는데 그녀가 직접 경험한 이 감정들은 보컬을 통해 그대로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그녀에게는 어쩌면 반주조차 필요하지 않을 지 모른다. 다카나 미야모토라는 일본인 여성 피아노 연주자가 이끄는 반주 부분이 최소한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지만 결코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을 자신 있게 책임지고 전진하는 그녀의 보컬 때문이다. 모처럼 뛰어난 보컬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