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국내에도 소개되었던 미라의 <Bossa Nova>앨범은 신선한 아침 이슬 같은 사운드로 국내의 음악 애호가들에게 작은 울림을 남겼다. 나 역시 기분 좋게 흘러갔던 “Taxidriver”의 멜로디를 곧잘 흥얼거리곤 한다. 그런데 이 앨범이 소개되었을 때 그녀는 다소 약하긴 하지만 재즈 가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이것은 이후 그녀가 Arietta라는 스웨덴 재즈 레이블의 주인이라는 사실과 또 리사 엑달을 재즈 보컬로 키워냈던 피아노 연주자 피터 노르달의 아내라는 사실로 인해 하나의 기정 사실로 굳어졌다.
그러나 이번 두 번째 앨범을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제 그녀는 재즈 보컬이 아니다. 이제는 스웨디시 팝 가수로 불러야 할 것 같다. 실제 앨범은 포크의 싱그러운 감수성도 느껴지고 모던 록의 풋풋함도 느껴진다. 변화는 무엇보다 새롭게 노래된 Taxidriver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상큼한 보사노바 리듬 위를 미끄러졌던 처음부터 버트 바카라의 환영을 보여주었던 이 곡은 이제 완벽하게 부드러운 팝 스타일로 바뀌었다.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와 창법은 푸근하고 나긋하지만 사운드가 바뀌니 그 느낌이 새롭다. 이런 변화는 그녀가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 <캣츠>, <레 미제라블> 등의 뮤지컬에서 노래를 했었다는 사실에서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그리고 첫 앨범도 보사 노바 리듬을 빼면 상당히 팝 적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장르 성격이 바뀌었다고 해도 미라의 음악이 주었던 편안함마저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것은 그녀의 남편인 피터 노르달이 여전히 뒤에서 제작을 지휘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난 앨범에 이어 이번 앨범에서도 그녀가 적극적으로 작곡에 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작곡은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70년대의 감수성으로 가득하다. 앨범의 첫 번째 곡 “Stars In The Sky”부터 이는 감지된다. 버트 바카라나 캐롤 킹 등 미국 성인 팝의 이미지를 형성했던 대표 작곡가들의 음악적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이런 분위기는 다양한 사운드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미라의 서명으로 마지막 곡까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만약 재즈의 관점에서 이 앨범을 감상한다면 분명 큰 낭패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변화를 과감히 수락한다면 분명 첫 앨범보다 더 많은 감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