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인 사고가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만 분명히 유럽의 보컬 스타일과 미국의 보컬 스타일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유럽의 보컬들은 미국의 리드미컬한 전개를 따르기에는 한계가 있고 미국의 보컬들은 리리시즘으로 충만한 회화적이고 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어렵다. 그런데 아그네타 바우만의 이번 앨범은 이 양자간의 간극을 메우고 넘어서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녀의 창법이나 선택한 스탠다드 곡들은 분명 미국적인 것이다. 그러나 부드럽고 편안하게 전개되는 익숙한 스탠다드 곡들사이로 드러나는 긴장과 정적인 면은 유럽에 가까운 것이다. 편안하면서도 쉽게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이 앨범이 지닌 미덕이다. 그러나 비슷한 편곡과 변화가 없는 창법은 앨범 전체를 심심하게 만들고 있어 아쉽다. 반주를 피아노와 베이스를 중심으로 트럼펫이 경우에 따라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에 드럼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드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의도한 정서적인 측면들은 전혀 침해받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부드러움 속에 활력을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개별곡들이 환기하는 정서는 감상자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Sentimental Lady – Agneta Baumann (Touche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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