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피아노 연주자 에디 히긴즈는 지난 해로 비너스 레이블에서 앨범 활동을 한 지 10년을 맞았다. 이전까지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질 위험에 처했던 이 노장은 비너스 레이블을 만나면서 새로운 음악적 젊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연주자마다 음악적 궁합이 맞는 레이블이 있다면 에디 히긴즈는 바로 비너스 레이블이었던 셈이다. 아무튼 비너스 레이블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에디 히긴즈는 그동안의 부진했던 활동을 만화하려는 듯 꾸준히 여러 앨범을 녹음해왔다. 그렇게 해서 비너스 레이블을 대표하는 피아노 연주자이자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피아노 연주자의 하나로 자리를 확고히 잡았다.
그렇기에 비너스 레이블은 에디 히긴즈의 레이블에서의 활동 10주년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4장에 이르는 시리즈 앨범을 기획했다. 즉, 사랑을 주제로 한 스탠더드 곡 50곡을 4일에 걸쳐 한꺼번에 녹음하고 이를 4장의 앨범에 나누어 싣는 것이었다. 물론 그 50곡의 스탠더드 곡은 에디 히긴즈가 비너스 레이블에서 한 번도 녹음하지 않았던 곡들이다. 그렇게 해서 지난 해 봄에 <A Fine Romance>와 <A Lovely Way To Spend An Evening>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이 두 장의 앨범은 국내에서는 합본되어 경제적인 가격으로 공개되었었다.
이번에 소개되는 앨범은 바로 그 나머지 두 장의 앨범 <Secret Love>와 <You Are Too Beautiful>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해 말에 각각 따로 발매되었는데 국내에서는 지난 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역시 합본되어 경제적인 가격으로 발매되었다. (물론 한국에서 특별히 발매된 이 합본반은 경제적인 이득은 있지만 <Secret Love>의 앨범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집가들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수입반을 구하기 바란다.)
한편 음악적으로 보았을 때 먼저 발매되었던 두 장의 앨범이 싱그러운 에너지와 산뜻한 느낌이 더 강한 연주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에 발매된 두 앨범에 담긴 연주는 낭만적이고 감미로운 분위기가 더 많이 강조되어 드러난다. 이전에 비해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인다고나 할까? 그래서 리듬이 보다 제어된 잔잔한 연주들이 많이 귀에 들어온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랑의 긍정적 측면을 표현하고자 했던 에디 히긴즈의 의도는 변함 없이 유효하다. 그의 피아노 앞에서는 사랑의 어떤 우울한 측면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저 사랑은 행복한 것, 즐거운 것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우울의 정서가 강한 “Round Midnight”같은 곡마저 한없이 달콤하게 다가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비너스 레이블에서의 활동 10주년 기념 작업은 끝이 났다. 더구나 한번에 스탠더드 50곡을 녹음했다. 그러므로 앞으로 그에게 더 녹음할 스탠더드 곡이 있을까? 그의 연주가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물론 나는 그렇게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에디 히긴즈의 음악은 현재 자체를 만족하는 낭만, 낙관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10년을 정리한 앨범을 듣고 나니 그의 새로운 활동이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