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연주자 최우준은 재즈를 좋아하는 감상자들에게도 그렇게 많이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이정식, 웅산, 김덕수, 봄여름가을겨울 등 다양한 재즈 연주자들의 세션 연주자로 활동한 베테랑이다. 최근에만 해도 이정식의 웅산의 같은 앨범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앨범은 그런 실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 온 자신의 소리를 담아낸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 앨범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시원함”으로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그것은 사운드의 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침 없이 질주하는 그의 기타 연주 때문이다. 그의 기타는 넘치는 활력과 날렵한 움직임으로 막힌 가슴을 단번에 뚫어버리는 듯한 시원함을 선사한다. (몇 곡에서는 베이스로 기타만큼이나 놀라운 속도감을 선사한다.) 이런 시원한 느낌은 그의 음악적 자신감과도 연결된다.
사실 많은 연주자들은 늘 자기 정체성에 대해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재즈 연주자로서의 정체성 같은 것 말이다. 그러다보니 재즈의 기본적 언어로 자기를 표현하면서 진정한 자기 표현 욕구와 상충되는 순간을 경험하곤 한다. 그런데 최우준은 아예 이런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운 듯하다. 왜냐하면 앨범에 담긴 그의 음악은 재즈와 록을 동시에 아우르기 때문이다. 사실 스타일의 측면에서 그의 음악을 바라본다면 연주자들의 대가적 기교를 중심으로 하는 재즈 록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어떤 한정자체에서 자유롭고 싶은 모양이다. 트래쉬 메탈을 연상시키는 강력한 티스토션이 질풍처럼 몰아치는 “푸닥거리”같은 곡이 있는가 하면 “You Don’t Know What Love Is”, “Waltzfora”같은 재즈의 느낌을 비교적 충실히 반영한 온건한 곡이 공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 앨범이 스타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최우준이 기타 연주자로서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세션을 통해 자신을 기워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의 폭넓고 다양한 기타 연주 실력을 표현하려 하면서 이리 화려한 색의 앨범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분명 화려하고 현란한 기교가 돋보이는 연주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렇다고 연주가 난해하고 난잡한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실 이런 종류의 앨범을 듣다 보면 그 화려함에 압도당하는 동시에 머리가 어지럽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 앨범은 화려하지만 장 정돈된 면을 보여준다. 그것은 함께 한 연주자들이 최우준의 기타를 중심으로 너무나도 탄탄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분명 최우준의 솔로 앨범이고 많은 연주자들이 각 곡마다 다른 편성으로 등장하지만 앨범 전체는 마치 하나의 그룹 앨범처럼 들린다. 특히 “푸닥거리”에서의 이상훈, “Requiem”에서의 박철우, “title”에서의 안병범 같은 드럼 연주자들의 빠르면서도 정확한 연주는 최우준의 속주와 잘 어울리면서 전체 사운드의 탄력과 안정성을 살리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그 밖에 장효석, 이정식 등의 색소폰 연주자들이 최우준의 카운트 파트너로서 등장하여 사운드의 화려함을 더욱 더 높여주었다. 그리고 웅산이 최우준의 어쿠스틱 기타 반주를 배경으로 록 그룹 티삼스의 노래로 잘 알려진 “매일 매일 기다려”를 특유의 블루스적 감각으로 노래해 주었다.
최근 많은 한국 재즈 앨범들이 제작되고 있다. 그리고 그 앨범들 모두 저마다 강한 개성을 들려준다. 하지만 대부분 포스트 밥이라는 스타일 안에 묶을 수 있는 앨범들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최우준의 이번 앨범은 한국 재즈의 다양성을 넓히는 새로운 앨범으로 기록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