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베 자임은 현재 ECM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감수성의 연주자라 할만하다. 그의 연주는 기존 ECM의 정적인 면을 수용하고 이를 다시 새롭게 강화하는 면을 보인다. 이번 새 앨범의 경우 지금까지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연주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확고한 자기 방향을 찾아 그 길을 묵묵히 걷기 시작한 안정된 연주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적당히 비정형의 공간을 상정하고 그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나 내듯이 그와 동료들의 연주는 일상의 틀을 벗어나면서도 정서적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현악 앙상블 사운드처럼 느껴질 정도로 부드럽고 동그란 관악기 앙상블 사운드에 의해 더 강화된다. 특히 “Beginning an Ending”같은 곡은 트릭베 자임의 모든 곡 중 단연코 빛나는 곡이 아닐지. 극도의 피아니시모에서 안개처럼 서서히 피어오르는 사운드는 실내악적인 재즈가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최대한 끄집어 내고 있으며 눈물 한 방울 이라도 금새 만들어낼 듯한 촉촉함으로 가득하다. 지난 그의 앨범이 트릭베 자임이라는 연주자의 발견을 생각하게 했다면 이번 앨범은 그의 음악을 새삼 발견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Sangam – Trygve Seim (ECM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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